최정예 300 선발의 자부심
A 부사관을 알게 된 건 내가 군단 교훈과장으로 있을 때였다. 그는 ‘육군 최정예 300’ 개인 전투기량 부문에서 선발된 인재로, 군단 단위 집체교육 시 교관으로 활용되는 실력자였다. 그의 전문 지식과 압도적인 기량에 감탄했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근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나는 기갑여단 교훈참모로 보직 이동하게 되었고, 곧바로 그를 여단 교훈처 훈련장 담당관으로 보직시켜 함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3월부터 시작되는 여단 단위 ‘최정예 300’ 전투원 선발 교육을 통해, 역대 가장 많은 우수 전투원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A에게도 이 뜻을 전했더니 흔쾌히 동의했다. 그의 소속 대대장과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며 절차를 밟아갔다. 준비가 무르익자 여단장님께 해당 보직 건을 정식 보고드렸고, 여단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가 크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여단장실을 나와 인사참모에게 A의 보직 변경을 협조 요청했다.
그 다음 날이었다. 인사참모가 조용히 나를 찾아와서 말했다.
" A의 보직 변경은 다시 한번 고려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여단장님도 승인하셨잖아?"
"A가 문신을 했습니다."
"문신? 입대 전에 한 걸 수도 있잖아?"
"아닙니다. 최근에 새긴 거랍니다."
"뭐라고?"
"어깨에 ‘최정예 전투원’ 문장을 문신으로 새겼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것을 자랑스럽게 다른 간부들에게 보여줬고, 그 과정에서 인사처로 민원성 질의가 접수됐습니다. 그런 간부를 여단 참모부에서 활용해도 되냐는 문제 제기였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도, 군의 기강을 흔들 수 있는 상황에서 내 뜻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결국 A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그런 거야?"
"자부심 때문입니다. 꼭 새기고 싶었습니다."
"문신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 몰랐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겐 그게 더 중요했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에게 참모부 보직은 어렵게 되었지만, 섭섭해하지 말고 계속 정진하라고 조용히 말해주었다. 아쉬웠다. 정말 괜찮은, 너무 아까운 인재였다. 결국 참모부 훈련장 담당관은 다른 인원으로 교체되었다. 이후 대대 훈련 중 현장에서 A를 마주치면 종종 물었다.
“문신 지울 생각은 없냐? 앞으로 미래를 생각하면 중요할 수 있잖아.”
하지만 그는 늘 똑같은 대답을 했다.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자식, 끝까지 멋있군.
부럽다. 그 자부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