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의 행방

by 박순영

주호는 핼쓱해보였다. 확실히 1주일의 입원과 시술이 체력에 데미지를 불러 온게 확실했다. 난데 없이 '문병오라'는 그의 전화를 받고 혜미는 한참을 고민하다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는 들어선 6인실 병동...저만치 끝자리 창가에 그가 누워있다.


"왔어? 왜 빈손이야?"라며 그가 그녀를 살며시 타박한다.

헤어지고 두달 만의 만남인데도 그는 여전히 스스럼이 없다.

"몸은...괜찮구?"라며 그녀가 묻자

"뛰다 말다 하지 뭐"

그는 심장이 안좋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간호사가 다가와 "보호자 되시나요?"라고 혜미에게 묻는다. 그러자 주호가 "옛날 애인"이라고 대신 대답한다. 그말이 맞긴 하지만 혜미는 불쑥 자신이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을 들은 간호사가 상황파악을 했는지 , 네, 하고는 주호의 링거를 봐주고 이내 자리를 피해준다.


"퇴원은 언제야?"라고 혜미가 묻자 "내일 봐서 할거같아 별일 없으면"이라고 그가 답한다.

"어떻게...지냈어?"라고 하자 주호는 "뭘 물어 다 알면서"라며 그가 마른 세수를 하는데 링거꽂은 손이 잔뜩 부어올랐다

"링거 바꿔야겠는데?"라며 혜미가 간호사를 부르러 나가려고 하자

"그만둬. 이게 마지막 링거라고 했어"라며 그가 그녀의 팔을 잡는다.

얼마만의 스킨십인가 싶어 그녀는 약간 긴장이 된다.



주호가 물어온다. 그 검사와는 잘돼가냐고.

그말에 혜미는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두달전 서로 악다구니를 써가면서 헤어질때 혜미는 거짓말을 하였다. 안그래도 친구하나가 검사를 소개시켜주기로 했다고. 그말에, 무명작가인 주호가 상처받기를 바라면서.

혜미는 더이상 거짓말 할 필요가 없어진거 같아 "그냥 뭐...처음부터 검사같은건 없었어"라고 말하자"주호는 "이게?"라며 한손을 지켜든다.

"하지 마"라고 그녀가 응수하면서 둘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서로 싸운 다음 등을 보이고 누웠다가도 슬쩍 한쪽이 다시 돌아누우면서 뒤에서 안아오던....


하지만 그 사랑을 너무 오래 끌었고 '상황이 좋아지면'이라는 주호의 말은 점점 효력을 잃어갔다. 한번에 목돈을 쥐어보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문학상에 응모를 했지만 번번이 낙방하면서 그의 낙담은 술로 이어졌고 어떤때는 '바람'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가 둘은 마치 '운명의 상대'라도 되는양 다시 만났고 같이 잤고 같이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그것도 시들해지면 서로 짜증을 냈고 서로를 할퀴다 또 헤어지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두달전, 이제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녀가 '우리 혼인신고라도 하자'라고 했을때 주호가 "안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해 둘은 결국 마지막이라 여겨지는 결별을 한것이다.




그러고나서 하루이틀 혜미는 훌쩍훌쩍 울기도 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요하게 자신의 마음이 가라앉는걸 느끼면서 '이사랑도 명이 다했구나'라는 생각에 빠졌다. 그건 주호도 마찬가지였는지 별다른 연락없이, 문자한통 없이 둘은 두달을 보내다, 그의 입원으로 이렇게 다시 만난 것이다.



혜미가 살며시 그의 링거꽂은 손을 쥐어본다. 차다...그의 손은 언제나 찼다. 그래서 브래지어 끈을 풀어줄때면 "차가워"라며 그녀가 짜증을 내기도 하였다.

"자기 퇴원하면 한약좀 먹자"라는 말에 주호가 "우리 헤어졌어"라며 냉담하게 말한다.

"그럼 나 왜 부른거야?"라고 혜미가 묻자 "그냥..부를 사람이 없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죄다 문병도 오고 하는데 나만..."

그말에 혜미는 발끈한다. "그렇다고 보고싶지도 않은 사람 오라가라 한거야?"라고 화를 내자 주호가 씩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매만진다. 그렇게 혜미의 얼굴 전체에 냉기가 번져간다..그러고보면 지난 두달 동안 이 냉기를 어쩌면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퇴원때 와? 말아?"라고 혜미가 묻자 "니 좋을대로"라면서 그가 끙, 하고 등을 보이고 돌아눕는다. 순간 다시 '이 남자 날 여태 좋아하긴 하는걸까'라는 의문이 스치지만 혜미는 묻지 않기로 하고 병상 담요를 끌어올려 덮어주고 "연락할게"하고 병실을 나온다.



그리고는 병원 지상 주차장쪽으로 향하는데 늦눈이 내린다..

우리 사랑은 여전한걸까..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가 자신의 차에 올라 시동을 걸 즈음에는 이미 주호가 아닌 , 하다말고 온 번역 으로 생각이 넘어간다 그녀는 어서 들어가 번역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페달을 힘껏 밟아 병원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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