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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작은감동 큰 파장

by 박순영

제발 추워라 하면서 걸으려 나갔는데 역시 올겨울은 맛이 갔다. 물론 개인마다 체감이 다르겠지만 나는 체감 10도 이하가 돼야 춥다고, 겨울이라고 쳐주기 때문에 그냥 늦봄 같았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기온이 좀 내려간거 같아서 그걸로 만족하고 걷고 왔다.



들어와보니 현관앞에 내가 주문한 옷이 두벌 와있어서 후기 사진 찍고 지금 세탁기를 돌리고 있다. 그런데 택배 기사가 방금 전화가 와서, 올라오다가 소포비닐이 찢어져서 자기가 테잎으로 붙였다며 옷은 이상없냐고 물어왔다. 아까 힐끔 본바로는 실밥이 좀 붙어있던 것 외에는 옷은 별탈 없어 보였는데 모르겠다. 자세히 보면 또 어디 구멍이라도 나있을지.


하지만, 설령 흠집이 났다 해서 이렇게 전화까지 걸어서 확인해준 그 마음을 어떻게 저버리라 싶다.

겨우 만원짜리 두벌에도 걱정이 돼서 알려준 사람한테 (물론 뒷탈도 염려를 했겠지만).

세상에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이 천지다.

그러면서 그들이 곧잘 하는 말이 '피해자는 나다'라는 것이고 '상처는 내가 받았다'이다.

이런 일을 겪을때면 정말 '지구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역시 또 '이 세상만한 곳이 어디있으랴'싶어 다시 안착을 하게 된다.



작은 마음과 배려가 주는 감동은 예상외로 그 파장이 클수 있다.

세탁 끝난뒤에 자세히 보기는 하겠지만 설령 커다란 구멍이 나있어도 그냥 꿰매서 입으려고 한다.

이런 성의와 고마움과 매일 마주하는 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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