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말마따나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내가 미끄러지면 노인이 나를 부축해 일으키고, 노인이 넘어지면 내가 당신을 부축해가면서, 그렇게 말없이 신작로까지 나섰다.하지만 나는 그 길로는 차마 동네를 바로 들어설 수가 없어 잿등 위에 눈을 쓸고 아직도 한참이나 시간을 기다리고 앉아 있었더니라..”
원래는 대학원 1학기때 일체 비평서를 참조하지 않고 서평, 분석을 하는 과제를 받아 발표했던건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새삼스레 이 작품을 논하는 것은, 어제 여기 어느 작품에선가 이 작품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안에서 영원히 빛을 발하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던지, 두 모자가 폭설에 다리를 빠져가면서 미끄러지면 서로 잡아주고 하면서 걷던 그 풍경을 나는 가슴으로 읽었다. 당시엔 내게도 노모가 있었기에 1000% 공감이 갔다고 할수있다.
그런데 세월은 무시 못한다고 이젠 이청준인지 서청준인지 헷갈려 포털 프로필까지 다시 봐야했다. 본김에 언제 타계했나 했더니 나이 70도 채우지 못하고 간것으로 써있었다. 천재여서 일찍 간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생존해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수작을 써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