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눈꽃일기

by 박순영

대설이 내려서 추우려니 하고 잔뜩 껴입고 나갔다가 땀만 흘리고 들어왔다.

지하 주차장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 난 웬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줄 알았다.

눈꽃도 꽃이라면야 할말이 없지만...



원래는 짧은 코스인 유원지를 다녀올까 하다가 지면 상태가 양호해서 그냥 개천으로 향했는데

중간에 통행차단을 해놓았다. 한여름이나 초가을에 센 장마가 올때 수위가 높아져서 가끔 그러는데

오늘도 그리 해놨다. 만에 하나 안전사고가 날까 그리 한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겨울인것처럼 온통 하얀 눈세상이 신기하고 이뻤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였다.

이 지점에서 현실감을 잃어버린다는게 조금은 슬펐지만 정말 꿈길 같았다.


안그래도 이쁜 정릉길이 오늘은 완전히 새단장을 한 느낌이었다. 이 기온으로는 며칠 안 갈 풍경이지만 지금만으로도 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길 뜨지 않고 지낼 방도가 없나 요즘은 자주 생각하지만 묘안이 아직 없다.


자연은 저렇게 인간의 모든 추함과 허물을 다 덮어주는데 인간들은 저마다 서로 할퀴고 악다구니를 쓰고 서로 버리지 못해 안달나 하는게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눈꽃아닌 벚꽃같았습니다. 2024 2.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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