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을 만나 광화문 거리를 걷고 점심을 얻어먹고 선물도 받았다.
늦게라도 화장 이쁘게 하고 다니면서 멋진 남자 만나라고 화장품을 샀다고 한다.그리고는 잠시후에 그거말고...이사비에 보태, 라며 돈봉투를 넣었다고...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이 여름날같은 마음의 온도를 어찌할까, 해서는 감탄하였다.
이렇게 내가 상대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써준적이 있나 돌아보게 만드는...
이사하고 장마무렵에 오라고 했는데 자유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라 별 문제는 없어보이지만 조금은 미안했다. 대중교통이 수월한 곳으로 가면 그런 수고를 줄여줄수 있을텐데, 하는.
그리고는, 정릉에 내려 단골 베이커리에 들려 사장님께 이사신고 완료!
그러고보면 나도 어지간한 오지라퍼다..
"어디로 가요?"
"출판단지쪽요"
"거기 좋잖아요"라는..
으레 하는 말인걸 알지만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이사전에 한번 더 올게요"하고 나오는데 가슴한쪽이 뭉클했던...
그나저나 요즘 신경을 좀 쓰는 일들이 있었다고 지병이 도져서 골골하다.
정릉에서 좀 바로잡고 가야겠다. 남은 한달동안...
이렇게 연휴의 하루가 다 갔다.
세검정, 평창동을 거쳐 오는 버스안에서 내다본 바깥이 꼭 파주같더라는...
적당히 외지고 예술적인...내 느낌이 그랬다는 것이다.
이제 집에 왔으니 좀 쉬어야겠다.
이케 컴하면서 놀다보면 밤이 올것이다.
만성 우울증 환자인 나는 골방에 처박혀 공상, 망상을 즐기는 게 일이다.. 그것이 나와 세상이 소통하는 방법이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이 무엇이고 젬병이 무엇인지잘 안다. 나의 경우는 문학 장르 중에서 ‘에세이’에 제일 재주가 없다. 그래서 에세이라 칭하지 않고 그냥 ‘단상’ 정도로 제목을 달고 끄적이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래도 한 번쯤은 <에세이집>이라는 타이틀로 책을 내보고 싶었다.
그것은 아마 나의 정서가 늘상 메마르고 팍팍하고 성마른 탓일 게다. 그래서 시, 에세이에 재능있는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나와는 별개의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딱 한 번쯤 나도 내게 ‘별개의 존개’이고 싶었던 까닭에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모른다.
타인에 대한 관용보다는 밀어내기에 급급한 나의 성정에 이 책이 가끔은 진정제 tranquilizer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는다면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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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소확행'이란 단어를 조어 한건 아마도 그 외에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 없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 해도 소확행이 전부다. 다시 말해 선택적 행복으로서의 소확행이 아니라 이 자체가 소확행이고 이 이상은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별일 없이 눈 뜨고 숟가락 들 힘은 남아 아침 먹고 운동하고 노트북 켜고 글 쓰고 이런 게 내 모든 소확행이며 내 행복의 전부다.
이렇듯 소확행이 전부인 사람들이 허다하다. 일상에 큰 탈이 나지 않으면 그걸로 감사하고 만족하는.
그런 의미에서 소확행은 주어진 현재, 주어진 나의 것에 만족하라는 어드바이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