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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만 바라자

서로가 느슨하게 연결돼있어....

by 박순영

살다보면 확실히 내뜻대로 되는것은 거의 없고 엉뚱한 결말에 이르거나 한참을 돌아가거나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금 난 이사갈곳의 매물들을 눈이 빠져라 탐색하고 있고 그중에 한곳을 콕 집어 마음속에 keep했지만 그것이 과연 내것이 될것이라 장담은 못한다. 가격, 입주시기, 주위여건, 이런게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하지 않는가.


어릴적 내 꿈은 다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해 해외를 수시로 드나들며 외국인 친구도 많이 만들고 심지어는 국제결혼까지 꿈꾸었다. 하지만 단한번 유럽을 패키지로 다녀온 것외엔 해외를 나갈일이 그럴 여건도 안되었고 기껏해야 인터넷 채팅룸에서 만나 사기연애나 당하는 신세가 되곤 했다.



그런가 하면, 내 평생의 반려있던 엄마도 '염려마라, 난 100살까지 산다'하셨지만 결국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95에 가셨다. 난 엄마의 임종을 지키며, '치 그짓말장이'했던 기억이 난다.



신혼으로 살던 집은 바다가 가까운 안산 어디였는데 아침에 문을 열면 바다 안개가 기다렸다는듯이 쏟아져들어왔다. 여고동창 하나가 놀러왔다가, '와 여긴 천국이구나'하고 감탄하며 부러워 한 적이있다.

하지만 그결혼생활은 간신히 2년을 넘기고 깨져버리고, 내 기억속엔 그 안개만 남아있다.



그런가 하면 뒤늦게나마 운전면허를 따서 차를 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난 아직 차가없이 뚜벅이로 지낸다. 흔히들 그런다. 면허따고 곧바로 운전해야 겁이 없다고. 난 그'텀'을 넘겨버려 이젠 겁나서 하라고 해도 못할거 같고 그렇다.

특히 서구 체류를 원하는 내 입장에선 치명적 결격사유라 할수 있다. 그래서 더 늦게 전에 이번에 이사가면 정리되는대로 차부터 사고 연수를 받을 생각이다. 이미 그곳에 사는 지인에게 일주일 렛슨을 부탁해놨다 물론 시간당으로 계산해주기로 하고.



아무튼 사는건 내 맘대로 되는게 어쩌면 1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고 덮어버리는것도 곤란하다. 1이라도 이루기 위해 평생을 투자하고 노력한다면 절반은 마침내 이루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설령 살아서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흔적은, 내가 치열히 살다갔음은 증명되리라 생각한다.



일본시인 요시노 히로시의 <생명은>이라는 시를 보면,

서로가 느슨히 연결돼있다..당신도 어느땐 나를 위한 바람이었는지 모른다..그런 구절이 나오는데 비록 나의 노력들이 삶과 긴밀하지 못하고 느슨히, 때로는 어긋나있다 해도 본질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사이라면 내 소원의 반 정도는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이제 겨울은 다 간거 같다. 어제 운동나갔더니 아예 점퍼를 벗어 들고 반팔로 다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계절중에 제일 길게 느껴지는게 겨울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개인의 고립감이 가장 심화되는 계절이 겨울인듯싶다. 지난 겨울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어서 이 봄에 새롭게 시도하거나 이어나가면 된다. 그게 안되면 여름에, 가을에 계속 해나가면 된다. 절만만 바라자. 그럼 삶의 강퍅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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