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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치열이 말해주는것>

이미 뒤틀려버린 삶...

by 박순영

얼마전부터, 아니 꽤 된거 같다. 두어달쯤부터?아무튼내가 콜라며 알싸한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할때부턴였던거 같다. 그런 음식들이 닿으면 혀가 알알하고 쓰리고 그랬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래서 웹 검색을 해보니 치과에서 그런것도 본다고 해서 내 단골 치과에 내일 예약을 잡았다. 다행이다. 예전 악관절통증때는 s대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해서 불편했는데 (그 명성답게 한두번 약을 먹으니 많이 완화됨).



치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언제부턴가 한사람의 치열이 그의 살아온 내력, 가정환경, 부의 척도를 말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릴땐 치아 교정기를 해주는 부모들은 대부분 부자들이었다. 해서, 내가 다닌 이른바 '귀족학교'인 그 중학엔 한반에 거의 반 이상이 교정기를 끼고 있었다.


내가 치과 스케일링이란걸 처음 한것도 30쯤돼서였으니 얼마나 그쪽과 무관한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이 갈것이다. 나도 어디 한번 스케일링이란걸 받아보자, 하고 처음 찾아간 치과에서 의사는 진료거부를 했다. 딴데서 스케일링 하고 오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그럼 자기가 해줄것이지...해서, 난 거기서 한블록 떨어진 곳에 가서 난생처음 5만원 내고 스케일링을 받았고 정말 죽는줄 알았다. 어떻게 그 고통을 마취도 없이 참으라는건지..



그래도 첫 의사가 준 무안덕에 나는 치아건강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나 깨우친 셈이다. 이후로 나는 틈틈이 치과를 가서 이른바 '관리'라는걸 했고 그러다 40이 돼서 '사랑니' 네개가 한꺼번에 나는 바람에 발치까지했다. 보통 그러고나면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데 나는 의사가 혹시 몰라 처방해준 약을 한봉도 먹을 필요없이 발치후 고통이 없었다.



어쨌든 내일 치과가서 혀치료를 할때 분명 의사는 잇몸치료를 권할것이다. 작년엔 내가 걸렀기 때문이기도 하고 며칠전 마트에서 잘라서 파는 파인애플을 사와서 한입 베어물자 금방 피가 배어나오는게 아닌가. 아, 치과 갈때가됐구나, 했는데 드디어 오늘 뒤늦게 내 혀의 알싸한 고통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말 가게 된것이다. 올것은 오게 돼있다더니...



지난번 치과 치료때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관리하면 나중에 틀니는 안 끼죠? 했더니 간호사는 대답대신 열심히 관리하세요,라고만 했다. 틀니...엄마가 말년에 그걸 끼우고 귀찮아하고 고생하던 기억, 무엇보다 음식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불평하던게 떠오른다. 그런 맥락에서라도 틀니만은 면해야 할텐데, 하는 바람이다. 돈이 좀 들더라도, 치과는이제 정기적으로 가려한다. 비록 큰돈 드는 치료는 못받는다 해도, 최소한 스케일링, 잇몸치료는 하면서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는지금이라도 교정할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와서 교정해서 치열을 정리한다 한들 누구한테 자랑하겠는가. 다 때가 있거늘. 이미 빼뚤빼뚤 뒤틀린 삶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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