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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one day trip>

그 아득한 그리움....

by 박순영

빠르면 이번주, 아니면 다음주정도에 나는 유력 이사지를 돌아볼 생각이다. 전철에서 내려 두어군데, 거기서 마을버스 타고10분 들어가서 또 몇군데, 인근 생태공원도 구경하고 걸어보고 할 생각이다. 차가 없는게 조금 불편해도 지하철, 버스로 나이스하게 연결되니 다행이다.



a시는 예전 노모와 자주 찾던 곳이다. 그곳과는 판이한 탁한 공기와 마구잡이식 빌딩숲에 살던 나는 답답하고 뭔가 탁 트인 풍경이 그리워지면 노모와 함께 광역버스에 올라 한시간여를 달렸다. 가는도중에 나타나는 논밭을 보면 아, 드디어 탈서울이구나, 싶어 후련했고 잠시후 반듯반듯한 계획도시에 들어서면 시각적 스마트함이 주는 쾌적함에 탄성이 저절로 나오곤 했다.



사실 지금사는 서울외곽과 a시를 놓고 처음에 저울질을 하기도 했다. 이미 이곳에 계약을 해놓고도 파기하고서라도 그곳에 갈까,했는데 노모는'그래도 서울살아'라고 하셨고 나또한 연고가 죄다 서울에 몰려있어 쉽게 떠날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노모도 가시고 나 혼자 남았으니 후련하게 떠날수가 있게 됐다. 한곳에서 18년 살았으면 충분히 살았다 본다.



그리고 a시엔 또다른 추억이 있는데 난 연애에 빠지면 상대를 데리고 꼭 내 지역인양 호수공원을 구경시켜주었다. 그중엔 외국인도 있었는데, 그는 호수가 많은 북유럽사람임에도 '원더풀'을 연발했다. 그만큼 그곳은 나의 프라이드 뭐 그런것이기도 했다.



모르겠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때의 느낌과 막상 살기 시작하면 몰려올지 모르는 실망감 사이에서 살짝 긴장되고 주저되지만, 산에서 오래 살았으면 이제 물가에서 살 때도 되지않았는가 싶다. 지금 쓰고 있는 원고의 초고정도는 마무리하고 갈까, 아님 도중에라도 훌쩍 다녀올까, 택할일만 남아있다.



혼자가든 둘이 가든 그곳은 늘 쾌적했으니 그것만은 믿고 장담하고 간다.

그런 사람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세월의 파고를 넘어 늘 한결같은.

비록 호수가까이 살진 못해도 저기 어딘가 호수가 있다, 생각만 해도 설레듯이 그사람이 저기 어딘가 살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그립고 보고싶은 ....



절친중 하나는 그런다. 혼자가 편하다고. 물론 그 친구는 와이프도 자식도 다 있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해서, 너는 다 가졌으니 그런 말 하지 않냐고,고 곧잘 반박한다.

태생 자체가 누구와 어울려 살기 어려운 타입임을 내 자신이 잘 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건 또 다른 이야기다. 내가 무슨 성격 파탄자도 아니고 인성이 개도 아닌데.. 결혼이든 동거든 다른이와 함께 하는 삶이 만만치 않음은 충분히 예견할수 있지만 그래도 남은 생은 '그'와 함께 하고프다. 남은 생의 여정이나마.


아무튼 조만간 나는 호수가 있고 생태공원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가볼것이다. 그때쯤 혹시 동행이 생기진 않을까, 되도않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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