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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가방끈>

그들은 더이상 '먼 타인'이 아니다.

by 박순영

어젠가 읽은 기사에 '공부 안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라는 게 있었던거 같다. 아파트 경비원을 비하한 누군가의 이야기였는데 아직도 저런식의 사고나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나는충격을 받았다.


경비원이 없는 아파트 단지를 생각할수 있는가. 하는일도 참으로 많아보인다. 출입자 관리, 폐기물 정리, 발레 파킹...


지인하나는 정년퇴직을 하고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그 지인이 신용불량자여서 안된다고 했다. 경비원들이 직접 돈을 만지지는 않지만 여하튼 그 직업도 크레딧의 영향을 받는다는걸 나또한 처음 알았다.



추운 겨울날, 혹서의 여름날, 그 좁은 경비실에 앉아 근무를 서는걸 보면 여간 안쓰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쩌다 명절음식이나 과일을 갖다주면 그들은 너무나 고맙게 받아준다. 만약 경비실이 비어있으면 나는 그앞에 가만히 놓고 온다.



예전에 폐기물 담당 경비원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폐기물을 너무 자주 내놓는다며 공간도 협소한데..하고 투덜거리는게 아닌가. 순간 난 발끈 화가 났지만 그를 이해하기로 했다. 내가 내놓은 폐기물을 정리해야 하는 고단함을 그렇게 표현했다 보면 그 직업의 애환마저 느껴진다.



역으로 '공부를 많이 하면'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생각해보자. 흔히들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갖는다는데 판사 변호사 의사 약사, 이런사람들의 인성까지도 보장하는가.

많이 배우면 대단한 사람이 되는가? 그 '대단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오진을 해놓고도 발뺌하는 의사가 얼마나 많은가, 분명 유죄임을 알면서도 돈에 매여 의뢰인의 무죄주장을 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치는 변호사는 또 얼마나 많은가..


나도 가방끈이 길다면 긴 편이지만, 살면서 이것때문에 얻은 이득이나 그런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머리만 복잡할뿐이고 때로는 되레 이것이 걸림돌이 돼서 일을 얻기도 힘들고 간혹은 '많이 배워놓고 그러냐'는 비아냥이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사나 입학때 보는 블라인드 테스트도 눈가리고 아웅이라 본다. 최종면접이란걸 보는데 무슨 블라인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얼마나 배웠나,를 기준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까지 평가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듯 하다. 많이 배운 사람치고 휴머니즘에 입각해 상대를 젠틀하게 대하는 상대를 나는 그리 본 적이 없다 그 역은 성립한다해도.



배움과 상관없이 그들이 내 생활과 사회질서에 도움이 준다면 그들을 존경할줄 아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오늘 분리배출이 있어 나갔다 왔다. 우리 아파트는 주민이나 부녀회가 아닌 경비원들이 담당을 한다. 예전에는 주민과 경비원 사이에 거의 말이나 대화가 없었지만 요즘은 곧잘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본다. 나역시 '수고하시네요'라고 오늘 인사를 했다. 얼마전 잠깐 다리를 다쳐 절룩이자 '다리가 왜 그래?'하고 물어봐준 일도 있다 . 이들은 더이상 '먼 타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안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말한 그 부모는 과연 얼마나 배웠고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인격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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