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야간대학원 문학과를 다닌적이있다. 그때 소설실기 과정이 있었고 난 그때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써봤다. 함께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여태 기억이 난다.
처음에 잘 안풀리고 이상해도 끝까지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교수님은 누차 강조하셨다. 그리고 한작품을 끝내면 다음작품으로 넘어가야지, 한번쓴걸 계속 고치고 거기에 얽매이면 결국 그 한편으로 끝날수밖에 없다고.
꼭 그래서만은 아니어도 나는 일단 쓰기 시작하면 문맥이 좀 이상하고 비문이 많고 이미지나 생각이 좀 튀어도 일단 끝까지 써본다. 쓰다보면 이게 말이 돼 ? 이야기가 돼? 하는 회의에 수시로 빠지지만 (늘 그렇다) 그래도 엔딩까지 써낸다.
그렇게 거칠게 초고를 완성한 다음 수정에 들어가면 여기저기 오탈자에 말도 안되는 비문들, 논리의 결여등이 보인다. 그러면 하나씩 손을 보는데 그게 또 소소한 즐거움이다. 일단 초고가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일까, 뭐 그런 .
이렇게 수정을 두세번 고친 끝에, 브런치 글이라면, 최종 저장을 눌러 발행을 한다. 그러고 나면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한것처럼 내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하다. 그래서 계속 글을 쓰는걸지도 모르지만.
완고를 냈다는 그 자체가 기쁨이고 보람인것이다.
해서, 일단 쓰기 시작하면 아주 엉망이 아닌 바에는 끝을 맺으라는게 나의 어드바이스다. 초반에 안 써진다고, 논리가 뒤틀리고 비약한다고, 기타 여러 이유로 막혀서 다시 시작하고 그거 뜯어고치다 폐기하고 그렇게 되면 남는건 허탈함뿐이다. 나역시 지금 따로 쓰고 있는 원고가 끝나면 장편소설에 들어갈 생각인데, 장편은 처음인지라 상상만해도 졸작이 될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해도 난 멈추지 않고 자꾸 앞장을 들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 한다. 어차피 한두번의 수정을 할것이고 지나간걸 들춰봐야 전진에 방해만 될뿐이다. 쭉쭉 앞으로 나가는 연습, 그게 필요하다.
우리의 삶도, 어느 부분에선가 질척거린적이 있다 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후회하고 자책만 한다면 미래는 없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봐야 돌아갈 수도없는 것이고 그때의 과오가 없어지는것도 아니다. 일단은 앞으로 나아가기, 그리고 어느정도 왔다 싶으면 그때 돌아보고 삶과 화해하기, 그게 삶의 , 전진의 미학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