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노멀이 넘쳐납니다>

난 정상강박에서 벗어났다.

by 박순영

난 오늘이 토요일인줄 알고 하루를 보냈다. 치매의 초기 증상과 비슷하던데..


오늘 친구가 왔고 종일 수다 떨고 같이 보쌈정식을 먹고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호들갑 떨면서 보일러를 올리고 하다보니, 오늘이 꼭 주말 초입, 즉 토요일 같다는 생각이 든거 같다. 이런것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일요일란걸 알아채서 다행이다. 매주 월요일은 정신과 가는날.그러니 내일 난 정신과에 간다.

난 20대 중반부터 오랫동안 정신과를 다녔다. 결론은 약만 필요하다는것. 브런치 독자중에 정신과 의사쌤이 있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상담이란게 참으로 고역인 경우가 많다.



더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에 내 개인사를 시시콜콜 털어놓는것도 내키지 않고 그러고나면 탈탈 털린 느낌, 그런게 헛헛하고 싫어서 요즘들어선 그야말로 의례적 이야기만 한다. 잠자는건 어떻고 기분은 어떻고 정도만. 의사도 더이상 물으려 하지 않는다. 우린 그런 부분에서 합이 맞는다.



의사들은 선서를 한다고 한다. 정신과도 마찬가지리라. 환자의 비밀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접한 한 의사는 다른 환자의 예를 수시로 들었고 내가 삶의 상승기운을 탈때는 질투하고 놀때는 돈벌지 않고 뭐하냐고 몰아세우고...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정신과를 택했고 전문의가 됐을까, 나는그게 여태 의심스럽고 그녀와 함께 한 시간들이야말로 헛짓거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내가 하루 한번으로 약을 줄여달라고 해도 듣지 않고 세끼 약을 꼬박 처방했다. 어느 소견서엔 나를 mental disorder라고 적기까지..



disorder가 장애로 번역되기도 한다는 걸 감안하면 난 정신장애라는 얘기다. 글쎄...그녀의 의학적 소견이 그렇다면 내가 그녀에게서 느끼던 소견 또한 동일하다 . 어떻게 안정을 찾으러온 환자에게 돈벌라고 윽박지르고 돈좀 벌때는 있는대로 질투를 하고...



히포크라테스가 들으면 까무러칠 얘기리라.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그렇지 않다는걸 잘 알고 있다.

정신과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고 그 인식에도 근래 큰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하긴 정신병자 아닌 사람이 어딨겠나만은...문제는 진짜 정신과처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타인에게 마구 위해를 가하는게 다반사라는 거다. 정신과, 특히 우울중의 대다수는 지나친 모랄의식에서 비롯된다는걸 그들은 모르는걸까....남보다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워 걸리는 병이라는걸 .



난 일찌기 내가 세상과 어긋나있다는걸 알았다. 대학을 갈때도 처음엔 인기학과에 속하는 영어과를 마다하고 프랑스어를 택하려고 했으니.. 결론은 그해 불어과 커트라인이 높아 못가긴 했지만...그뿐이 아니다. 나의 짧았던 결혼생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방송등단, 싸우다 정들었던 pd들...그리고 뒤늦게 시도한 소설...이 모든게 과연 '노멀'한가.

예숧이니 문학, 글쓰기니 하는 것들에 곁눈이나마 주는것 역시 abnormal하다면 또한 그렇다. 어차피 정상적이고 평균적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이런걸 이해하지도 바라지도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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