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편의점에서 찾은 행복>
고독이 주는 기회.
온통 꼬이는 날이있다. 아침에 밥 먹으려고 하면 밥통이 비어있든가. 밥하고나면 ,좀 남아있겠지 하던 반찬도 똑 떨어지고 뭐 그런날...
오늘이 내겐 그런 날이었다. 매주 월요일이면 가는 정신과에서 한 5분더 떠들었다고 평소보다 2000원이나 더 내야 했고 오랜만에 친구한테 보낸 톡은 읽씹 당하고.
이렇게 온통 꼬이고 뒤엉키고 안 풀리는 날은 나는 대체로 먹어댄다. 아주 흔한 방법이지만 편의점에 들러 과자, 도시락, 음료나 캔맥, 그외 먹을걸 잔뜩 집어들고 나오는 순간 나는 더이상 고독하지 않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나와 마주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외롭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오면, 지인이나 친구에게 연락하는대신 이렇게 나 홀로 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먹든, 운동을 하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든..
그건 아마,내가 구하려했던 위안을 그들로부터 얻지 못해서는 아닐까? 위로가 아닌 비아냥, 공감이 아닌 지적질, 뭐 그런...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 한다. 다들 힘든데 거기다 나 힘들다고 어필하는 자체가 짜증과 피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정도는 나도 안다. 하지만 절친이고 친구들 아닌가. 믿어서 그러는건데...
그런 인연들에 나는 연연해 하지 않는 편이라 그들을 차단하거나 톡이라면 숨김처리를 한다. 그리고는 그들을 잊는다. 그러면 며칠후, 더디는 몇달후 ,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로부터 연락이 온다. 그야말로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그리고는 자기들 하소연을 해댄다. 어디가 아프다거나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거나..그럼 나도 얼른 그 전화나 톡을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들처럼 아픈 데를 더 후빈다거나 위로가 필요한데 비아냥거리는 일은 최소한 하지 않는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포스트의 <자작나무>라는 시를 보면 '혼자여서 야구를 배울수 없고..혼자 놀아야 했다..' 이런 귀절이 나오는데 언젠가 시평을 올릴 경지?에 이르면 꼭 한번 다루고 싶은 시다. 그와 함께 t.s엘리엇의 <프루프록의 연가>도 같이 읽고 싶은데. 두 시 다 모두 삶이라는 우주라는 거대 공간에서 고립돼 외롭고 음울한 자기만의 내면에서 혼자 놀고 서성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혼자이길 강요하는 시간이 오면 , 고독이라는 손님이 찾아오면 굳이 타인을 부르거나 의지하지 말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들로부터 받은 상처며 배반이 얼마든가.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보고 끄적이고 잠을 자고 아님 차라리 나처럼 편의점 투어를 하라는게 내 조언이다. 편의점에서 먹는 컵라면과 삼각김밥, 그리고 커피한잔이면 나만의 알뜰한 고독은 완성된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내 삶의 그나마 긍정적 변곡점은 혼자, 외로울때 시도하는 것들에 기인한거 같다.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