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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l 04. 2024

아픈 선물

드디어 미장원에 다녀왔다.

우리단지 상가 건물 2층에 있어서 올라가봤지만 이미 작년에 폐업한 곳이라고 하였다.

해서, 2단지쪽으로 갔더니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곳엔 남자 혼자 샵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폐쇄적인 사람이 아닌데도 선뜻 들어가지질 않아서 다른 데를 찾다가 그냥 들어가자,하고는 들어갔더니 '어서오세요'라며 반겨주었다.

'커트좀 해주세요'

'앉으세요'

하고는 능숙하게 가운을 입혔다.

커트가 진행되다 어쩌다 내 옛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일절 노동의지가 없이 생계를 나한테 떠넘겼다. 게다가   정신적   학대까지. 그래서 자주 헤어졌는데도 다시 연락이 와서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다 결국엔 힘들게 끊어냈다.'

라고 하였더니,

google

'제가 듣기에는 남자분은 잘못이 없어요. 사모님이 잘못이지'라며   비웃듯   말을 받았다.

나는 이게 무슨 뜻인가,했더니

'나라도 이 끈을 쥐고만 있으면  마음껏 돈을 쓸수 있는데 뭐할러 헤어집니까?'라고 하였다.

'설마요...'

'어떻게든 끊었어야지. 아마 세상 사람 모두가 사모님 잘못이라고 할겁니다'

라고 해서 더는 말을 안했다.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세상이 온통 '남의 약점'을 움켜쥐고 거기서 최대한 자신의 이득을 편취하려는 악인들뿐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고 그럴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꽤나 네거티브하고 페시미스틱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삶 지속는건 선의를가진  많은  타인들의   배려 덕이라고본다.



그리고 말이 쉽지, 감정을 끊어낸다는게 쉬운가. 그나마 나는 내 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라 결단을  내려야 했는지 모르지만, 서로 감정만의 일이라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사랑학'이라는것도 존재하고 '인연론'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싶다.

이런 내 글에 또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예전 정릉 미장원은 다녀와도 그렇게 잔머리가 많지 않았는데 여긴,  털어내도, 씻어내고 계속 나온다.

이걸 그에게 말하면 '세상 미용사 다 그래요'라고 할까? 정릉 미용실은, 다 자른 다음 드라이어로 머리를 털어줘서 잘린 머리가 덜했는데...다음에 또 그 집을 가면 그렇게 해달라고 하든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지 싶다.

어쨌든 머리카락은 자르고 왔다. '좀더, 좀더 잘라주세요'라며 앞머릴 아주 짧게 요구하다보니

내가 마치 <로마의 휴일> 헵번이 된 기분? 헵번에겐 미안하다.


그래도 비가 아직은 내리지 않고 있어 마음이 덜 우울하다.





이 제목의 시집도 있고, 이런 이름의 작가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첨엔 다른 책이 뜨곤 하더군요.

다음부터는 겹치지 않나 봐야 할듯요...



전자/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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