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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무풍지대

by 박순영

오늘 꼭 월요일 같다. 어제 쉬었다고...

이놈의 더위가 이달말까지도 이어진다고 해서 에효,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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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온 손님이 집에 벽걸이 에어컨이 있긴 한데 너무 작아서 거의 못느낀다면서 우리집 스탠드형을 유심히 보았다.

바람이 광폭으로 퍼지는게 신기한지 계속 기계 안을 들여다보는 촌티를! ㅎ


스탠드 한대 놓으라니까 안그래도 좀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놓아야겠다고 했다.

한밤에 그의 차를 타고 이마트를 가니, '와 촌동네에 있을건 다 있음'이라며 감탄을 하였다.

그렇게 회를 사와서 저녁 대신으로 먹고 빵을 또 후식으로 먹고 그리고는 갔다.

집이 작아 다 못두는 일부 짐을 놔두고...

맡아두는 값을 아무래도 받아야겠다. 그중에 '애견패드대형'도 있는데

'그거 당근에 팔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글쎄나...돈이 궁하면 뭔들 못하랴..


조금전, 새 책장을 받아서 그의 짐을 풀다보니 예전 대학원 교수님 전집이 있어 살짝 감회에...

나를 많이 챙겨주시고 학점 잘 주시고 이뻐하셨는데, 그 보답도 못하고 도중에 학교를 나온게 죄송스럽다..

혼자 잘난척 살아도 난 이렇게 늘 누군가와 이어져 그들의 도움과 배려속에 살아온것이다.



오늘도 무더운 하루가 예상된다. 지금 미니선풍기, 벽걸이 에어컨 같이 돌리고 있다.

이번달, 전깃세, 혹시 돈 100?

그래도 할수 없다. 이렇게라도 견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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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도 돼? 나, 먹을거 있어?"

그 말에 소은은 허탈함과 동시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는 알아차린다. 동현에게 자신의 새 주소를 알려준 게 현주임을.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못 온다고 했던거까지.

현주는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났다며 30분이면 올수 있다고 한다.

소은은 전화를 끊고 한참을 어둔 방에 웅크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그러다 어둠 속 미로를 더듬어 거실로 나온다. 물론 눈에 익지 않은 낯선 어둠이었다...

현주는 그 나름으로 소은을 챙기려고 한 짓일 게다. 확실히 동현을 끊어냈는지, 이 집만은 지키고 살 수 있는지, 평생 가는 우정을 기대해도 되는지, 남자 따위에 휘둘리지 않게 소은이 확실히 새롭게 태어났는지, 그 모든 걸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소은이 주방 led 를 켜자 눈이 부셨다. 이 밝음.-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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