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버지니아 울프 <V양의 미스터리>

-그림자의 소멸

by 박순영


버지니아 울프,하면 그녀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같이 떠오른다. 평생 신경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아내를 헌신적으로 보살핀 남편 레너드. 부부는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며 당대의 숨은 걸작들을 많이 출간하기도 하였다.


울프의 자살은 널리 알려진 바로, 그녀는 코트주머니 가득 돌을 넣고 우즈강으로 걸어들어가 익사했다. 그녀가 간 다음에도 남편 레너드는 '정원 아내의 작업실에서 오늘 아침에도 아내가 마당을 가로질러 내게로 올것만 같다'고 회고 했다.


이렇듯 영문학사의 유명한 스타커플이지만, 막상 버지니아의 글을 읽는다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의 흐름에 따른 난삽한 서사, 현실과 상상의 뒤엉킴이 복잡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주로 그녀의 장편에 이런 징표가 드러나는데, 나는 그닥 알려지지 않은 단편은 없을까,하다가 <V양의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글을 골랐다.

20세기 초 런던, google

'군중속의 외로움'이란 말은 부연설명이 필요없을만큼 널리 회자되고, 아니, 회자돼왔다. 이젠 더 이상 이런 말을 쓰는 사람도 없을 만큼. 울프가 살던 20세기 전반도 역시 인간은 늘 외롭고 고독하고 자칫하면 '버려질수 있는'존재였다는 것이 이 글에서 잘 드러난다.


"..불쌍한J양 또는 V양은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인간의 삶의 조직망에서 탈락된다. 그리고 모든사람에게서 영원히 버림받는다...낙오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존재를 부지런히 알려야 한다"


이야기는 한때 런던거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던 두 자매에 관한 회고담으로 진행된다. 그중 '메리V'라는 여자에 대한 화자 '나'의 이끌림과 집착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런던 특정장소에 가면 늘 '잿빛 그림자'처럼 존재하곤 해서, 어느날부터 '나'는 그 그림자의 출현과 사라짐을 보아야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답답하고 불길한 마음에 '나'는 그녀를 찾아나서게 되고 급기야 그녀의 아파트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마주한 것은...



이 글을 읽고 난 뒤 로맹가리의 단편 <벽>이 생각났다. 우리는 모두 타인을 갈구 하면서도 그들을 애써 외면하고 방치한다. 그러는 사이 오해가 생겨나고 결국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렇게 버지니아 울프는 이 짧은 소설속에서 개인의 고독, 버려짐의 처연함, 죽음과 같은 소외, 이런 '현대병'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주 센스티브하게, 나이브하게, 그리고 지적으로 . 그리고 그것은 개인은 또다른 개인 (타인)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모더니스트의 글을 읽기가 쉽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이미지의 중첩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은 현실적, 사실적 논리가 아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지므로 현실과 상상을 딱잘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몫을 한다. 이렇게 그, 그녀같은 앞서간 예술가들의 시도가 있기에 지금의 다양한 문학/예술 사조가 가능했다고 본다.

google

어떻게 20세기, 21세기 인간을 그리는데 리얼리즘만으로 가능한가? 잃어버린 꿈이 그리도 많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어떻게 '또다른 세상'없이 존재할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회의와 질문을 버지니아 울프는 한세기 전 이미 예견하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볼수있다.


버지니아 울프를 흔히 '앞서간 페미니스트'로 곧잘 분류하고 그에 따라 <자기만의 방>같은 산문이 자주 언급되긴 하지만 그녀의 본령은 역시 소설에 있다고 말할수 있다. 그녀는 단순한 '페미니스트'를 넘어서 인간 본연의 위엄과 존재의 이유를 치밀하고 적확하게, 매우 예술적이고 난삽하게 그려낸 휴머니스트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고도서


버지니아 울프 e북 <버지니아 울프 단편 소설 전집>

2016. 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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