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캐서린 맨스필드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먼발치의 사랑

by 박순영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리고 곧잘 모성애가 자식의 사랑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라울 뒤케트라는 파리토박이 26살 작가의 회고담이라고 할수 있고, 그것은 버려진 한 여자애 대한 그만의 은밀한 사랑의 기억이다.


까페 한 모퉁이에서 발견하게 된 그녀 마우스가 곧잘 말하던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je ne parle pas francais"가 쓰여진 냅킨을 보면서 라울은 한 언론인의 파티에서 만났던 영국인 딕을 떠올려본다.

마치 마들렌 과자의 향에서 옛날을 반추하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의 프루스트처럼...


라울은 딕의 여자 마우스를 좋아하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그녀는 딕의 여자고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보인다. 하지만 딕은 결국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엄마의 반대를 무릅쓸수가 없어 결국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며 라울은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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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강의 스토리려니 한다. 이렇게 쓰는것은 맨스필드의 글이 친절하게 전개되는 사실주의 문학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소 난삽하고 의식의 흐름,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흔히들 말하는 '모더니스트의 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임스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등의 당대의 흐름에, 예민하고 재능이 있었던 맨스필드가 반응하지 않았을리 없고 그래서 짧아도 '난해'하다는 인상의 이런 글을 써낸게 아닌가 싶다.


뉴질랜드 태생의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만큼이나 난삽하고 복잡한 삶을 살다 40도 안돼 요절했다. 그래서 당대엔 지탄받고 저평가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영문학사의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서,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는데 이렇게 라울의 사랑같은 '바라보는 사랑'도 널린거 같다 결코 '내것'이 될수 없는 상대를 마음에 품는다든가 '버려진 것'에 대한 숙명적 측은함 같은..


그렇게 딕에게 버려진 마우스의 이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그려지지 않고 있다.

버림받은 그녀를 찾아가겠다는 라울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했을 거 같다. 제 아무리 버려진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해도 그 마음까지 가질수는 없으므로. 아니면, 그만큼의 열정이란게 이 따위 삶이나 인간에게는 과분한 것이라 여겼으므로..그만큼 맨스필드 자체가 삶에 희롱당하고 버려졌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인간 정신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다. 믿어본 적도 없고. 나는 인간이란 커다란 여행 가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로 채워지고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덜컹거리며 보내지고 잃어버려졌다가 다시 찾아지고 갑자기 반쯤 비워지거나 아니면 더 꽉꽉 채워지다가 마침내 궁극의 짐꾼이 궁극의 기차에 홱 올려놓으면 덜그럭거리며 사라져버린다"




참고도서


캐서린 맨스필드 e북 <가든파티: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궁리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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