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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by
박순영
Oct 1. 2024
흉몽을 계속 꾸다가 새벽 빗소리에 눈이 떠져 후다닥 일어나 창들을 닫았다.
지금도 열지 않고 있는데 그리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일은 반짝 추위가 온다고 한다.
최저가 5도. 그정도야..
짧은 가을을 지나 곧 눈내리고 겨울이 오면 내 생애 최초 파주의 겨울을 맞게 된다.
혹독하다는 파주의 겨울....난 오히려 설레고 기대가 된다.
그리
고 사방이 정원인 우리 집 창가에서 눈 내리는, 눈을 맞는 겨울 나무들을 얼른 보고 싶다.
청주 가로수길, google
그러고나서 봄이 오면 아마도 새 둥지를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릴거 같다.
짧은 연애의 기억이 평생 가듯이 짧은것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한발한발 물을 향해 가다가 그 물도 시들해지면 아마 언니한테 갈거 같다.
언니는 청주외곽에 살아서 도심에서 차로 한 20분 들어가야 한다.
서툴게 운전해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그렇게 언니한테 가서 언니 괴롭히고 그집 괭이 후추도 놀려먹고
그렇게 살고 싶다. (참고로 나는 괭이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그집 후추는 넓적한 얼굴이 꼭 개같아서 친근함을 준다. 비록 만지는 건 아니어도 "후추야"하고 불러서 따라오면 야구 방망이로 경계하고를 반복하는게 우리 둘의 룰이다)
또 한가지, 큰 병원에서 간단한 시술이라도 받을라치면 보호자 사인이 필요한데 지금은 천애고아. 그래서라도 직계가 있는곳에 가야 하기도 한다. 언니가 부디 나보다 오래 살아주기를.
해서 지금부터는 청주 싼 매물을 좀 보려 한다. 시세라도 알고 싶어서...
어쩜 가는 시간이 빨라질수도 있다.. 앞날은 장담못하므로.
그렇게 장담 못하는 앞날속에 빵집 후덕한 아저씨라도 만나게 되면 진짜 포근한 연애를 하고 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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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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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등을 써온 박순영의 브런칩니다. 1인출판 <로맹> ,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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