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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문열어주던 시절

by 박순영

방금 지하철 기사가 운행도중 생리현상이 일어나 운행을 멈추고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기사를 읽고는 떠오른 일이있다. 예전에 잠시 안산 살때였던 거 같다. 그때 누가 급하게 초인종을 눌러대서 열어줬더니

"죄송한테 화장실좀 쓸수 있을까요"라고 정말 '급해보이는' 여성과 남편으로 보이는 커플이 서 있었다.

신중한 판단을 했어야 하지만 나는 "네, 쓰세요"하고 흔쾌히 그들을 집안으로 들였고 그여성은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일을 보았고 이어서 물 내리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지금도 가능한 일일까 싶다. 그때만해도 내가 어리고 세상을 겪지 않았을때라 될법한 얘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지금도 그렇게 덜컥 문을 열어주는 집이 있을지가 궁금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쪽이 아무튼 '신세'를 진건데 나중에 집앞에 살짝 롤케익이라도 한줄 가져다 놨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러려니, 넘어갈수 있던 시절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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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그 집도 똑같은 경우를 당했을때 과연 문을 열어주었을지 궁금하다.

하긴, 살면서 그런일을 한번도 겪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생리현상을 억지로 참다보면 공황장애까지 온다고 한다. 그러느니 잠깐 안면몰수하고 남의집 이라도 두드려보는게 훨 낫지 싶다.


오늘 외출이 잡혀있다. 요즘은 꾀가 나서 왕복중 한번은 택시를 탄다. 아, 그럼 안되는데...

일산으로 이사가면 반드시 차를 사리라. (정릉에서도 똑같은 맹세를 하고 왔건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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