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들어가는 sns프로필 사진을 언젠가 바꾼적이 있다. 그랬더니 금방 댓글이 달렸는데 '이러는거 아니다.당신 사진을 올려'라고. 누군가 해서 봤더니 꽤 오래 친구맺기를 해온 사람이다. 만난적은 없어도 그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건강하라는 기원의 말도 수도없이 해줬고 여기 브런치 글을 공유하면 좋아요도 자주 눌러주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왜 이러지? 하고는 이거, 내가 내 사진 맞다고 해도 그는 믿지 않아서 난 그를 차단해버렸다.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가상공간의 관계 사이에도 우정이란게 가능하구나 믿은 사이였는데.
살다보면 이런저런 난관, 어려운 문제에 부딪친다. 돈이 없거나 관계가 얼그러지거나, ...그중에 난 권태라는 감정도 포함시키고 싶다. 이것은'싫증'에서 비롯될텐데, 늘 하는 일상이 지루하고 번잡하고 힘들고 싫어지고 하는 것을 말하리라.
나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노트북을 켜서 내 까페에 신간 위주의 읽을거리를 올리고 그 다음 오늘의 운세 정도를 열어보고 그리고는 외국어를 공부한다.
그런데 이제 이것들이 루틴하게 여겨진다. 백날 천날 똑같이 살것 같던 그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뭐 다른 거' 없나 찾게 된다. 이럴때 부지런한 주부는 냉장고청소나 밀린 빨래를 돌리겠지만 그런 데 워낙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그저 멍때리기밖에 답이 없다. 읽다 만 소설이나 읽어볼까, 하고 펴도 한두장 읽고나면 금방 시들해진다.
그런데 제일 난감한건, 끊어진 인연과 연관된 이런 현상인데 이별 초기엔 죽을것 처럼 아프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망각과 권태의 늪으로 빠져든다. 해서 어느 시점부터는 그의 sns를 클릭해보는 일도 줄어들고 꼭 그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딱히 그리움도 그렇다고 체념도 아닌 상태에서의 무감함은 정말 난감하다. 어느 화가의 말대로 '잊었는지 지쳤는지' 그 원인을 딱히 뭐라고 요약할수도 없고...그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겠지,하는 생각도 스치고.
앞만 보고 나아가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그런 행위의 필연성도 약해지고 일탈을 꿈꾸게 된다. 가벼운 일탈은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하지만, 그 수위를 조절하는게 쉽지는 않은것 같다.
그러면 이런 시간을 자신을 ,주위를 둘러보는 기회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꼭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에서 벗어나 무위 자체를 즐겨보는건 어떨까? 집앞을 걸어보든지 밀린 톡이나 이메일 답을 한다든지 하면서...누가 아는가, 당장 내일 또다시 전력질주 해야 할 일이 생길지 권태 따위는 바람에 날려버리고.
해서 난 오후에 있는 치과 스케줄까지 지금부터 줄창 놀려한다. 그것도 지겨우면 알람을 맞춰놓고 낮잠을 자든가...
누구처럼 자기 삶이 권태롭고 짜증난다고 해서 애먼 남의 프로필 사진을 놓고 가짜라느니 다른걸 올리라느니 하는 인터셉은 안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