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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Dec 13. 2024

겨울저녁의 들깨 수제비

이거 뭐, 1주일마다 결사항전 하는 기분으로 어떻게 버텨내나 싶다. 제발 내일은 일단락이 되길 바란다. 그러고도 헌재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한숨은 돌리고 나머지 거리를 뛰어야 하지 않은가.

어제 여기 소설을 올리는 동안 그가 29분의 녹화된 담화를 발표했다고 해서 밖에서 읽어보았다. 바로 일주일전 당에 전적으로 일임한다더니...

이래서 약속이란게 깨기 위해 존재하나 보다 하는 허망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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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바깥은 그나름으로 겨울의 위엄을 보였다. 입고 간 양털 점퍼가 아니었으면 오들오들 비맞은 병아리 신세가 되었을거  같다.. 동행이 꼭 필요한 쇼핑을 할게 있다고 해서 롯데 마땡을 헤집고 다니고 다 늦게야 점저를 먹었다. 나는 들깨 수제비를 먹었는데 그 음식엔 추억이 서려있다.

예전 엄마와 청주 언니네 갔을때 '별미대접'한다고 웨이팅까지 해가며 먹는 수제비집을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처음 먹었는데 보기엔 느끼한게 손이 안가게 생겼는데 입안에 들어가니 부드럽고 고소해 아,,,,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어제 그때 생각을 하면서 먹었다. 바깥은비록 겨울바람보다 더 세찬 추위가 몰아치고 있어도 내 마음만은, 내 기억속 그 시절의 들깨 수제비는 한없이 포근하고 맛깔스러웠다.






어느 겨울이었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거실 발코니로 나와 흔들의자에 앉아 볕을 쬐고 있었다. 혹한의 해였지만 오전 중엔 제법 해가 나서 덥기까지 한 그런 집이었다. 그렇게 흔들흔들, 담요 한 장을 덮고 볕을 쬐다 보니 문득 뭔가를 다시 끄적이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든 소설이든 이미 ‘등단’이라는 과정은 걸쳤으니 나는 비록 무명이어도 작가라고 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그것이 내 생에 주어진 유일한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랜 무위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내 안에서 올라왔다.

-어느 겨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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