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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겨울날의 동화

by 박순영

고작 영하 1도도 안되는 기온데 덜덜 떨면서 걷고 왔다.

아무래도 추워라추워라 비는 일은 그만 해야겠다. 내가 나이들어가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이제 모자도 군방장수 모자로 바꾸고 장갑 꼭 끼고 목도리 꽁꽁싸매고 그러고 다녀야겠다.


이면도로도 거의 다 녹았는데 한군데가 스케이트장으로 변해있어서 살금살금 기었다.

스케이트....어릴적 학교 파하고 오는 길이면 동네 무료스케이트장에서 얼음을 지치곤 했다.

그래도 앞으로 가다 뒤로 홱 도는거까지 할정도로 고수?였는데....

아무튼, 어린날의 겨울은 스케이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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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후 유학갔던 친구가 잠시 나왔을때 목동인가 가서 스케이트를 탔는데 한발도 나가질 않았다. 가다가 홱 도는건 고사하고 양발이 양쪽으로 계속 벌여저서 벽을 붙잡고 한두바퀴 돌고는 그냥 나왔다. 그런데 그것도 운동이라고 다음날 몸살을 앓았다.

지금 그 친구는 아예 외지에 머물러 그 나라 사람이 다 됐고 나는 파주살이를 하고 있다.


만약 어릴때 체계적으로 스케이트를 탔더라면 지금쯤? 꿈이다..

꿈인들 못꾸랴...

늦점을 먹어야겠다. 오랜만에 햇반 아닌 지은밥을 먹는다. 순살 삼치 데워서.




“지금 여기가 어디죠?”


“어디라니요?”


“제가 갑자기 여길 와서 어딘가 해서요.”


“여기 달이잖아요.”


“네? 달이요?”


“누구 만나러 왔어요?”


“만나다니요. 누굴요?”


“여기 왔으면 만날 사람이 있을 것 아니에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짙은 어둠이 가득한 우주에 푸른빛이 감도는 지구가 보였다. 내딛는 발걸음 사이사이 회색빛 모래알들이 안개처럼 천천히 공중에 떠올랐다-




“그래! 엄마 죽으면 나도 끝내려고 했다. 지금 누워있는 사람은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야! 엄만 활기차고 강한 사람이었어. 절대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달에서 날아가지 않는 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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