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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즐거운 야식>

그러다보면 삶에 포지티브해질수 있지 않을까...

by 박순영

밤늦게 먹는건 무엇이든 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난 밤이 되면 입이 심심한건지 마음이 허한건지 냉장고를 여닫기가 일쑤다. 이따금은 피자를 시켜먹고 어제는 치킨을 시켜먹었다. 그렇게 입이 달달해지면 늘 따라오는 죄의식...아 이럼 안되는데, 하는.

그래서 오늘 나가면 과일을 좀 사다놓을 생각이다. 그런데 제철 과일값이 비싸서 많이는 못살듯 하다.



이런 나의 밤의 기행은 다분히 심리적 요인이 크리라 짐작된다. 이 버릇을 고치려면 빨리 결혼을 하든 같이 살 남자를 구하는 방법외엔 없는걸 잘 알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래도 일단 잘 먹는건 다행스런 일이다. 어릴때는 먹기만 하면 상습적으로 체해서 소화제를 입에 달고 살다보니 거의 거식증 수준으로 먹는걸 회피했다. 그러다 보니 병원검진이라도 하면 영양부족으로 나오기가 일쑤였고 40kg안팎의 비쩍 마른 체형이었다. 그러다보니 매사에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서 일상생활 자체가 힘겹고 귀찮았다. 그러다보니 하는일도 잘 안되고 대인관계도 얼그러지고.


그에 비해 요즘은 늘상 먹다보니 위장이 너그러워졌는지 웬만하면 체하지도 않고 좀 갑갑하다 싶으면 탄산수 한두모금이면 끅 트림이 나온다. 이렇게 믿거니 하는게 있어선지 입이 당기면 배달앱부터 클릭하는 버릇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나의 엥겔지수는 거의 위험수준이라 할수 있다.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친구 하나가 얼마전 내가 먹는걸 보더니, 너 그렇게 먹다 뚱녀된다,라며 놀려대기까지 했다.

어릴적 왜 우리 엄마는 저렇게 체형관리를 안할까, 나이든 아줌마들은 왜 죄다 뽀글 퍼머를 할까, 늘 그게 궁금하고 못마땅했다. 늙어도 여잔데 좀 가꿔야 하는게 아닌가 ,하면서



그랬던 내가 요즘 거울을 보면, 비록 뽀글퍼머는 안했지만 내가 흉보고 욕하던 그 아줌마들을 꼭 닮아간다. D라인의 몸매와 빈약하고 밖으로 굽은 다리, 그리고 앞으로도 무한대로 늘어날 배둘레햄까지...

즐겁자고 먹어댄 것들이 나를 이모양으로 만든걸 생각하면 조금은 반성할 일이다. 물론 나이에 따른 홀몬의 영향도 있겠지만 동년배들이 죄다 그런것도 아닌걸 보면 역시 내가 내 체형이나 외모에 신경을 한참 덜 쓴다는게 나타난다.


이제 철도 바뀌었으니 봄옷, 여름옷을 자주 쓰는 서랍장으로 옮겨야 하는데 분명 작년에 입던 것중에 몸이 불어 못입는게 태반일 것이다. 그럼 폐기물함으로 직행이다. 비싼걸 사진 않지만 그래도 살 때는 이쁘다고 산것들인데.



지인 하나는 나이 60에 당시 동유럽에 거주하던 딸의 산바라지를 하러 홀홀단신 체코행 비행기에 올라 딸이 몸을 가눌때쯤해서 혼자 동유럽과 서유럽을 다 돌고 왔다고 한다. 나보다 한참 연상인데도 여전히 티셔츠에 청바지, 스니커즈 차림이다. 나역시 그렇게 나이들고 싶건만 이 식탐, 특히 이 야식취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몸이 무거우면 만사가 귀찮으니 말이다.


물론 스트레스에 의한 비만도 많다는걸 잘 안다. 하지만 약의 도움도 받고 있고 내 나름대로 스트레스 프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면도 있고 하니 주범은 마구잡이식 먹어댐이라 하겠다. 그래서 일단은 알토마토같은 달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걸로 견뎌보고 아무래도 달달한게 당긴다싶으면 비싸긴 해도 딸기 두어팩 사다 놓고 또 지내보려고 한다. 정크푸드만은 참아야겠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 지인처럼 혼자 유럽을 돌 배짱은 없다해도 나역시 심플한 진 차림으로 차를 몰고 국내여행이라도 갔다올수 있는 체력과 외모 정도는 갖추고 싶다.




몸이 가벼워야 머리회전도 잘된다.그래야 심플 라이프도 가능하다. 해서 이제 내 야식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결론에 이른것이다. 아예 일찍 자버리면 되겠지만 어떻게 9시에 자는가...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이 야식을 끊을수 없다면 메뉴를 좀더 청량한 과일이나 채소들로 가볼 생각이다. 일단은 가보는것이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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