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면 보통은 있는 짐도 줄이는 마당에 난 요즘 미니 소파에 꽂혀서 하나를 이미 질렀고 또 다른거를 계속 보고 있다. 유독, 소파에 주력하는건 내 생활이란게 글쓰고 보고, 눕고의 반복이기 때문일수 있다. 해서, 난 팔걸이 접이식 소파니, 근래 유행한다는 부클레 (양털)소파니, 하는것들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요즘 곤궁해서 당장은 사지 못하고 아마도 이사라도 가면...
어릴때 학교에서 돌아와 텅빈 집에 안보이던 소파가 놓여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아버지가 작게 출판사를 하셨는데 그게 잘 안돼서 사무실 집기를 집에 가져왔나, 아무튼 그런 물건이었다. 해서 난 작은 몸을 웅크리고 그위에 누워 꽤 달콤한 잠에 빠진 기억이 있다. 이렇게 소파라는 공간은 내게 포근한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간혹 지인집에 가거나 했을때 좌식생활을 한다고 소파가 없거나 하면 난 정말 난감하다. 자세도 잡을수가 없고...이 나이가 되도록 인형을 떼지 못해 잘때는 꼭 뭉이든 멍이든, 랑이든 인형을 하나씩은 끌어안고 잔다.
언젠가 지인이 놀러와 '니집 꼭 절간같아. 뭐라도 키워라. 반려동물 싫음 화초라도"라는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혼자 사니까 니가 유기적 사고가 안되는거야'라며 타박까지 했다. 그래서 내가 안고 자는 인형들을 가리키면 '너 지진아냐?'하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내가 그리도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서툰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분명 사는 방식은 약간 '고립'의 형태를 띄고 있어도 그렇다고 내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밖에 나가면 가능하면 우호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는 벽같은게 내 안에 있나보다, 생각했다.
해서 그이후로 근처 철물점 앞을 지날때는 부수적으로 팔고 있는 조막만한 화분들을 들여다 보는게 습관이 됐다. 저런걸 키우면 내가 좀 유해진단 말이지? 하고는. 반려동물, 특히 개는 1인 성인가구 생활비에 맞먹는 유지비가 든다 해서 엄두가 안나고 고양이는 태생적으로 거부반응이 있어 안된다. 그렇게 사람에 치여 살았으면 사람아닌 개체에게 정을 줄만도 한데 ...
아무튼, 난 이렇게 종일 혼자 자판을 두드리거나 책을 보거나 누워서 ott로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지낸다. 비록 타인들과 자주 소통하지는 않아도 내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듯 바삐 살고 있다. 요즘은 호주작가 마이클 로보탐의 스릴러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야말로 위의 지인이 언급한 '유기적 사고'를 행동으로 옮긴 예라 할수 있다. 범죄스릴러를 쓰기 위해 범죄자나 전과자들과 친분을 쌓아 취재를 하고 범죄심리를 공부하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자기의 작품에 써먹는 작가다.
'유기적'이란 조직이나 구성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어 떼어낼 수 없는 상태, 즉, '하나처럼 공존하는' 삶, 뭐 그런 얘기가 되리라.
그런데,내게 그런 충고를 한 그 지인은 커피 한잔을 선선히 산 적이 없고 밥을 얻어먹고 고맙단 얘기한번 하질 않았다. 그래서 그를 만날일이 있으면 오늘은 또 얼마나 쓰게될까, 걱정부터 앞서곤 했다. 모든 상황이 자기 편리한 쪽으로 흘러야했고 조금이라도 빗겨난다 싶으연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러다보니 나역시 그와의 관계속에서 크고작은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내게 왜 '유기적 사고'가 안된다고 타박했을까?자신을 그렇게도 모른단 말인가.
부의 축재를 미덕으로 여기는 종교가 있고 신자들은 그야말로 살떨리게 돈에 연연한다. 거액의 헌금을 내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그들 나름의 유기적 공동체의 삶을 사는걸로 안다 서로 경조사때 품앗이도 해가며.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너서클'에 한해서다. 그렇게 낼 돈이 있으면 한달에 몇만원밖에 안하는 정기 후원은 왜 안하는지, 종교를 떠나 가난하고 병든 노약자들은 왜 돌보지 않는지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어떻게 바늘귀만큼 좁다는 천국엔 어떻게 들어가려는지. 이런것들을 언제 작정하고 생각해보고싶다.
그리고 나의 사유는 소파라는 공간을 필수로 한다. 해서 이사를 하는대로 그동안 눈독 들여온 것중에 하나를 골라 들일 생각이다. 그리고 어린날 그랬던것처럼 그속에 파묻혀 내가 사는 세상이 곧잘 떠들어대는 '유기적 사고'의 실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생각이다. 그들이 이기적이고 편협한 자기위주의 사고방식을 혹시 '유기적'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타인에게 강요하는건 아닌가,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마치 북극곰이 겨울을 나듯 소파에서 사유와 잠을 반복하면서. 즉, 나와 소파의 관계는 '유기적'이라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