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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신이 가버린 세계

by 박순영

'난 내가 나이가 들면 신이 보호줄줄 알았어'

두시간여의 영화 내내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다. 적어도 나한테는.

늙음이란 죽음 가까이 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선가, 노년기엔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거 같다.

이렇게 살아온게 다 운명이려니 하기도 하고...



이 영화의 세 주인공 모두 장년기를 지난 노년기의 인물들이다. 총격전에서 우연히 돈을 발견하게 된 르웰린, 그러가 그 돈가방을 쫓는 살인만 안톤, 그뒤를 또 쫓는 보안관 벨. 이 셋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무수한 피가 보여진다. street noir 라고하면 될까?

이 이야기는 이렇게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면서 지상에 안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서로가 서로를 해하는 말년의 아귀다툼을 핍진하게 보여준다.



말년은 평온하고 아름답고 서로를 케어하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실상 그런가,하는 질문을 이 영화는 예리하고 냉정하게 보여준다.. 꿈에 죽은 아버지가 나타나 '곧 죽을 아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도 목숨이 붙어있는한 생존의 아귀다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것은 신이 지켜주는 세계가 아닌 '신이 가버린 세계'가 되고 만다.



딱히 '노년'을 대입하지 않아도 될만큼 이야기의 소재며 전개는 모든 연령층에 어필할만큼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갖는다.

특히 살인마 안톤의 캐릭터에 주목하게 되는데, ,그는 살인을 마치 취미로 하는 사람같다. 죽이지않아도 되는 대상도 거침없이 쏘아댄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존은 어떤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내 배를 채우자고 나와는 그닥 연관도, 해를 입을 이유도 없는 익명의 다수에게 우리는 가해를 하지는 않는가?

그는 자신의 행위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미명하에 휘두르는 약자에 대한 권력과 횡포에 대해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것처럼...



그나마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의 보안관 벨은 이제 노쇠해서 은퇴를 생각중이다. 꿈에서는 죽은 아버지가 나오고...그마저 죽는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는것이다. 이렇게 벨은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자 보루를 상징한다. 다 스러져가는...



이따금 접하게 되는 이런 류의 '아포칼립스'적 영화를 보고 나면, 삶과 사랑, 우애와 동지애등을 달콤하게 포장한 여타의 영화나 예술들이 다 거짓처럼, 싸구려처럼 느껴진다. 결국엔 종말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그 어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존이라는 미덕이 가당키나 한가 하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르웰린은 뭘 의미할까?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삶의 우연하게 맞닥뜨리는 비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겠다. 그만큼 삶은 예측 불허로 맞닥뜨리는 물 한방울 없는 사막과 같다 할수 있다. 그속에서 물을 찾아 서로 죽고 죽이는 혈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니체는 말했다. 신은 죽었다고. 그러므로 그 신성을 대체할 초인의 존재를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나 우리에게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가, 그런 초인을 만들어낼 우리안의 단단한 의지와 인내심은 존재하는가? 서로가 적이 돼서 약탈과 살인이 난무하는 이 세계에 그 어떤 신이 자비를 베풀어줄지 그 해답은 영화를 보며 찾길 바란다.



no-country-for-old-men-ending-explained.jpg google




타이틀<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미국, 2008

감독 에단코엔, 조엘코엔

주연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토미 리 존스

러닝타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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