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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Apr 08. 2023

에세이<시벨의 일요일>

12살의 파트리샤 고찌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영화리뷰중에 1962년 프랑스 영화 <시벨의 일요일>이 있다. 당시 12살이었던 파트리샤 고찌가 그 큰 눈망울로  카메라를 응시하면 보는 이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고야 만다. 우울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선호한다면 필히 봐야 할 영화가 아닌가 한다.


검색해보니, 지금도 가끔 교육방송 같은 데서 비록 편집본이지만  틀어준다고 한다. 난 아마 이 영화를 TV에서 열번쯤 봤으리라. 그만큼 내 어린 감성에 유럽영화의 미학, 두 배우의 절묘한 조화가 뚜렷이 각인된 작품이었고 이 영화를 시작으로 당시 침체기 프랑스 영화계가 잠시 부흥기를 맞았다는 글도 읽은것 같다.


리뷰를 쓰려면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스페인어자막본 밖에 없어 조금은 주저되지만 조만간 그거라도 보고  리뷰를 남겨볼 생각이다.

오늘 나보코프의 <롤리타>관련 글을 써서 그런지, 이 영화의 여주인 고찌가 떠올랐고  소아성애와 순수한 사랑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스윗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 감정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진실하기만 하다면야 둘의 나이차가 무슨 상관인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 사회는 편견의 잣대로 둘의 관계를 함부로 재단하고 결국은 남주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런 내용이었던것 같다.


서로 감정이 맞고 오가는 마음의 질량이 비슷하다면 사랑하는데 무슨 장애가 있으랴. 그 어느 성인여성보다 어린 소녀 고찌에게 끌리는게 그 무슨 대역죄라도 되는양...



나역시 사회가 그어놓은 선 안에 웅크리고 사는 인간이라 가끔 이렇게 예술을 통해 잠시나마 일탈하고 나면 분명 카타르시스 내지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기존의 억압기제에 저항하는게 예술임을 다시한번 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무튼, 파트리샤 고찌는 내가 본  아역배우중 가장 아름다웠던 인물로 기억되고 하디크뤼거의  깊고 우울한 눈매 역시 쉽게 잊히질 않는다. 한마디로, 두 배우의 나이를 뛰어넘은 합이 묘했던 그런 영화다.

이렇게 찾는이도 없는 주말, 스페니쉬 버전이라도 돌려보면 좋으련만 태생이 게으르고 귀차니즘에 빠져 사는 나로서는 오늘은 패스하고 '조만간'을 기약하기로 한다.




퀴어든, 소아성애든, 그 무엇이든, 그것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내게 해를 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그 감정에, 조금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안그래도 팍팍한 세상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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