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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Apr 08. 2023

에세이<그대 잠든 사이>

그날이 오면

요즘 계속 수면상태가 불량하다. 의사에게 그렇게 말하면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이 된다. 하기사 정신적, 심리적 건강의 척도는 수면상태에 따라 정해지므로.


다 늦게 야식을 먹고 카페인을 섭취하는 탓도있겠지만 그래도 강력한 수면제를 복용하는데ㆍㆍㆍ 이러면 낮에 졸릴때 내처 자는 수밖에 없다. 이거야말로 안좋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부족부분은 채워야 하므로.


내수면패턴이란게 밤 11시경 자기 시작하면 한두시간 있다 깨고 계속 이런 패턴이 이어지면서 어지럽고 난삽한 꿈에 시달린다. 그러다 다 지쳐 일어나면 하루가 막막하다. 힘은 없고 의욕도 없고....그래도 그게 꿈이었구나, 조금은 다행스러운, 그 정도랄까?


일단은 저녁에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는것부터 해보려 한다. 그런데  이 카페인이란게 예전에는 전혀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근래들어 팍팍 그효과를 내는걸 보면 확실히 면역체계나 방어체계가 약해진것 같다.



지난밤 꿈이란게, 다인종이 출몰하고 내 집이라 생각하고  입주를 했는데 자기들이 먼저 계약을 했으니 나가라고 해서 실랑이를 하고 뭐  그런  내용이었다. 요즘 집때문에 이래저래 신경을 쓰기야 하지만  즐길 요량으로 지도를 열어놓고 검색하는 정도거늘...

무언가 내 안에 강력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 나를 훼방놓는다는 이 찜찜함은 뭔가.


지난번 의사에게 이야기했을때는 다음에 올때까지 한번 더 지켜보고 약을 바꾸든가 해보자고 했는데 그게 벌써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그만 약을 끊고 싶은데 이렇게 되면 무기한이 돼버려 평생을 약을 달고살아야 할것이다.



다 늦은밤, 그야말로 그대 잠든 사이. 나는 계속 뒤척이며  비몽사몽을 헤매는 이 느낌이란...그렇다고 앙드레지드처럼 내 불면의 밤에 내가 보고싶어 찾아주는 이도 없는데...



불면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엄마 돌아가시고 난 발인도 못본 불효자다. 늘 하던것처럼 1주에 한번 지방 엄마 계신 병원에 내려갔고 그때 엄마는 한달내내 호스를 끼고 거의 의식없이 누워있는 상태였다. 한시간쯤 엄마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엄마 서울에 일이 있어. 금방  또 올게,하고는 그 자리를 떠 터미널로 향해 버스가 막 출발할 즈음, 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되돌아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가셨구나,하는 마음에 버스에서 내려 병원으로 오자, 언니는 눈물범벅이 돼있었다.

그날, 난 장례를 치를지 모르고 그날치 약을 안 가져가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우고 그다음날 금단증상이 나타나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고 속은 계속 울렁거리고 사물이 겹쳐보이고 정말 난감했다. 그걸 알아차린 언니가 등떠밀어 다음날 새벽 나를 고속버스에 실어 버렸다. 나머진 자기가 할테니   난 얼른 가서 약먹고 잠자라고.


그러니 험한 과정은 언니 혼자 다 한것이다. 그놈의 약 한번 안먹었다고 사람구실을 못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아니, 어쩌면 엄마의 배려있는지도  모른다. 심약한 막내가 입관, 발인 ,화장 같은걸 어떻게 보랴,싶으셨는지도..


뒤늦게 이 이야기를 의사에게 했더니 약을 걸러서만은 아니고 친족의  죽음이 준 충격파였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약이라도 먹었더라면 잠은 잤을테고 엄마 가시는 길을 조금은 더 지켰을텐데,하는 아쉬움 남는다.




아무튼, 내 소원은 자연스레 잠드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 생엔 그른것같아 그것이 아쉽다. 그래도 그날이 오면 그 어떤 약의 도움도 없이 훨훨 한마리 새가 돼서 깊은 잠에 빠질수 있을것이다. 해서 난 어쩌면 그날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영원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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