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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Apr 05. 2023

에세이 <bridge>

아직은 순정적 사랑을.

연인과 헤어지고 제일 힘든건 헤어진 직후보다 그가 서서히 망각속에 묻혀가고 새로운 인연이 다가올때가 아닌가 한다. 이미 연이 다했으려니 하면서도 이런 순간엔 문득  그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 가능하면 그가 돌아와주길 바라진 않는가. 그렇게라도 못다한 서로에 대한 책임을 뒤늦게나마 지고싶진 않은지. 새로운 연을 만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갈등하고 그런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이렇게 우리는 지나간 인연엔 관대하면서도 새롭게 열리는 세계와 새로운 연에 대해서는 조금은 인색한거 같다. 후배 하나는 지독한 연애를 끝내고 산다 죽는다 하더니 어느순간부터 연락도 뜸해지고 해서 이제좀 살만한가보다,하고는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더니 어느날 메시지가 왔는데 새롭게 누군가와 이어질것 같다고 하는것이다. 잘해보라고 하자,자기는 옛사람이 돌아오길 더 바라는거 같다면서 그런 자신이  한심하다고 자탄을 했다.



이런 경우야 개인차가 있겠지만 끊어질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테고 새롭게 다가오는 연 또한 그럴만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후배는 지금은 남이 된 그 남친과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다. 간곳이 동해 어디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시작되려하는 연이 그 동해 출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후배가 글을 쓰는 친군데 남자는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순간 나를 스치는 생각이, 진짜 인연은 이번 사람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후배 역시 언젠가는 시나리오를 쓰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둘이 합을 이룬다면 더할나위없는 그림이 나오리라 생각되고, 나는 이번 연을 성공시켜보라고 하지만 후배는 아직도 이 중간 bridge 텀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몰라 갈팡거리는 듯하다.



그 문제는 후배에게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평생을 통해 비슷한 타입에 꽂히고 그런 사람들과 맺어지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나만해도 조금은 무뚝뚝하고 역마가 심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조금은 문학이니 예술을 이해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설령 그의 본업은 이와 무관하다 해도.

그것은 내가 그닥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예기도 되리라. 하지만 이런저런 세파에 시달리면서 이젠 나도 계산기라는걸 두드릴때가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람에 대해서는 오가는 마음의 질량을 우선순위로 하는 조금은 순정적 사랑을 꿈꾼다. 






이렇게 한사람이 가고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이 브릿지텀을 우린 잘 견디고 맞아야 할것 같다. 이럴때 자칫 과거에 너무 연연해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할것이며 새롭게 시작됐다고 무한정의 기대와 욕심을 부리는것도 곤란하다. 이 브릿지 타임의 갈등과 번민, 유혹과 결단의 문제에 영리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올것은 오고 갈것은 간다. 운명적으로 내 것이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고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  세상사는 강요한다고 오고가는게 아님을 기억하기로한다. 



그 후배가 과거를 택하든 새로운 현재를 택하든 부디 이번만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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