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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Apr 30. 2023

꿈엔들...

작년 늦가을 지인과 남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는 미리 약속이 잡혀있는 상태여서 그가 외부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나는 펜션에서 컴을 하고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가자" 다늦게 일정을 마친 그가 돌아와 늦은 외출을 제안했고 나는 그의 차에 올라 y시의 도심으로 향했다. 펜션을 잡는건 내 몫이었고 y시를 모르는터라 잡고나니 도심에서 차로 1시간이나 떨어진 외지였다. 그것도 산속에.


''니가 산을 좋아해서 여기 잡은줄 알았어''라며 그는 한참을 운전하면서 수시로 나를 놀려댔다. 하지만 낯선 도시를 드라이브 하는 맛은  또 남달라서 나는 창밖의 풍경들을 즐기며 목적지로 향했다.


 바다위로 내리는 노을이 너무나 이쁘다는 생각을 할 즈음, 그는 차를 세웠다.그리고는 여기가  명동인셈이야, 라며 걸어보라고 했다. 해서 우리는 배들이 정박해있는 바다 광장을 걷기 시작했고 저멀리 섬도 여러개 보이고 높은 언덕에 아파트단지도 형성돼있는 이른바 '퓨전'도심을 저녁바람을 가르며 걸었다. 그러면서 y시의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도 찍고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저기 저 아파트는 얼마나 할까?"

"아마 10억은 넘을걸?" 이라고 그는 대답했다.

내가 알던 예전의 남도가 아니었다. 언젠가 충무를 가기 위해 잠깐 1박을 했던 당시의 y시는 조그만 마을일 뿐이었다. 지금과같이 바다뷰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지도 않았고 인프라도 얼마 없던, 그래서 정겹기도 했는데...



세월이 흐르긴 했구나,하면서 우리는 밤이 내릴때까지 바다에 면한 광장을 걸었고  "여기 자장면이 유명한데 사줄까?"라고 그가 물어왔다. 당연 저녁먹을 시간도 지나고 해서 배는 출출했고 해서 우리는 예의 그 자장면집을 찾아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일찍 닫은건지 문은 잠겨있었다. 지인은 무척 아쉬워하며 "여기 오면 너 꼭 이거 맛보게 해주고 싶었는데"라고 했다.


그리고는 편의점엥서 그날밤 펜션에서 먹을걸 사들고 다시 우리는 1시간을 달려 산속 펜션에 도착했다.


지금은 그시간이 꿈만 같다. 그와는 소원해졌고 나는 자차가 아직 없으니 그립다고 당장 그곳으로 달려갈 형편도 안되고 당분간 y시에서 바라본 햇살 내리는 한낮의 바다와 갯바위, 그리고 그 도심의 야경을 추억으로 간직할수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잠깐 한낮에 꾼 조금은 서러운 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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