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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May 01. 2023

재 이별

아는 커플이 헤어진 지 한참만에 재회하게 된것을  알았다. 사귀던 당시에는 무난히 결혼에 이를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헤어졌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물론 '갑자기'라는건 나만의 판단이고 둘 사이에 서서히 균열이 가다 마침내 깨진게 맞을듯하다.


남의 일이니 내가 죽도록 가슴아파 할 일도 아니고 해서 잊어버리고 나는 나대로 살다보니 세월이 흘렀고 그러다 둘이 다시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양쪽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 그 소식이 더욱 반가웠던 듯하다.



그런데 또 얼마 있다 헤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해서 둘 중 조금 더 친한 여자쪽을 만나 그 경위를 물어본 적이 있다. 재이별에 결정타같은건 없었다고 한다. 그럼 왜?라고 묻자, 서로 데면데면해져서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붙어 다닌 사람들이 갑자기?라는 표정을 짓자, 재회 후  처음에는 알뜰히 서로를 챙겨 하루에도 몇번씩 문자며 전화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했고 그렇게 결혼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쯤 있다 남자쪽이 해외출장이 길게 잡히면서  자연스레 둘의 연락은 조금씩 간격이 벌어졌고 급기야는 서로에 대한 애달픔이나 보고픔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만나도 그저 아는 지인정도의 감정밖에 안들고  이야기도 겉돌게 되고 그런 와중에 결혼이야기를 한다는게 어색해 둘다 뭉그적거리다 누가 먼저랄것 없이 자연스레 서로 연락이 끊기게 되고 그렇게 결국 헤어졌다는 것이다.


이말을 들으면서 인생무상이 느껴지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서로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헤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헤어졌다 재회를 할 경우 누구나 당장 결혼에라도 이를것처럼, 긍정적 미래를 꿈꾸기 마련이지만  이들처럼 , 어쩌면 이것도 운명인지 몰라도, 다시 또 서로를 놓아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는걸 난 뒤늦게 알게 된 셈이다.  해서 재회했다고 그 기분에 도취돼서 믿거니 안주하다가는 재이별을 할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싶다. 사랑의 감정은 물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내 마음에 한번 이식된 다음에는 끊임없이 케어하고 키워나갈 필요가 이래서 있는 듯하다.


아무튼, 헤어졌다 해도 상처를 그닥 크게 남기지 않은것만은 진정 고마운 일이다. 그런 인연은 아마 잘 헤어지려고 다시 만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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