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let's call it a day!

by 박순영

예전에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꽤 오래 강의한 적이 있다.

주로 기초문법과 회화를 가르쳤다.

1학년 신입생들을 맡았을 때 일이다.


수업이 다 끝나고 게임에서 진 팀에게 청소를 시키고 남은 애들은 귀가를 시켰다.

그런데 청소를 맡은 애들이 우두커니 있었다.

청소라고 해봐야 책상 줄 맞추고 밑에 떨어진 휴지줍는 정돈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이놈들!하고 겁을 줬더니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는게 아닌가.



난 다급해서 한 아이를 달래서

왜 우냐고 넌즈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청소가 뭔지, 어떻게 하는지를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해서, 나는 내가 하겠노라 하고 아이들을 그냥 귀가시컀다.

그말인즉슨, 대부분이 거쳐온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조차

아이들이 직접 정리나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리라...


내가 부모가 돼본적이 없는지라 그것에 관해 내 의견을 피력할 마음은 없다.

아무튼 그렇게 교실정리를 마무리하고 나오다 동료교사를 만나 그 이야기를 했더니

1학년은 학부모들이 대신 해주는 예가 많아서일 거라고 했다.



아무튼, 그날이후로 난 1학년 수업때는 일절 청소따위는 언급않고

수업도중에 어지르지 말라는 잔소리로 대신 했던 듯하다.



하지만 학기말이 돼 가면서

서로가 좀 알게 됐다고

하나 둘 뺀질거리는 녀석들이 나오고

죽어라 말을 안듣기 시작해 결국 내 성대를 망가뜨리더니

공중으로 휙휙 날아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더니 어느날, 수업을 마칠때면 늘 빠르게 내뱉는

"let's call it a day"를 말하자

알아서들 가방을 챙기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뜻이야? 했더니

"다 알아요!"하며 녀석들은 이빠진 잇몸을 드러내며 해맑게 웃었다.

어른도 잘 모르는 표현을 아이들은 습관으로 익힌 것이다.



그러자 아이들이 모두 내 새끼처럼 여겨졌고

그렇게 귀할수가 없었다.

모른다, 지금도 거리에서 오가는 젊은이들중에

녀석들이 섞여있을지...

서로를 알아보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비록 수입은 적었어도

마음만은 하늘을 날던 시간이었다.

어른들에게 마음을 다쳐 피가 철철 흘러도

교실에 들어가는 순간 싹 잊을수 있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었다.


시인 천상병의 말처럼

'버러지같은 나에게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기적만 같다.


단 한가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은,

내가 뱀을 싫어해서

동물이름을 가르쳐줄때 뱀은 쏙 빼놨다는 것인데

그걸로 행여나 살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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