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나무 그늘 아래서

by 박순영

새벽에 열어본 남친의 메일엔

"너 그 정도면 당뇨야. 걷는걸로 안돼"라는

경고겸 협박성문구가 적혀있다.

뛰기, 수영, 이런걸 하란다.

즉, 헬스장에 등록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하라는 것인데



싫지만은 않았다.

마냥 무심한줄 알았던 사람이

그렇게 열을 내는걸 보니...


해서, 우리 늦게 만났으니 최소90까진 살자 자기야,라고

낮뜨거운 답문을 보내고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 늙어서 무슨 연애야.그냥 좀 아는 사이지"하면서도

집에 걸려있는 클림트의 <키스>액자를 갖고 오질 않나


버릴까 하다 갖고 왔다는 와인잔이며 이쁜 그릇들을 보면

그래도 마음은 다른가보다, 싶다.


지금도 바람이 불면

그가 베란다에 매달아놓은 풍경이

갖가지 고운 소리를 내며 즐거운 멜러디를 선사한다.


어쨌든 3개월동안 건강지수를 회복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실내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은 해본적도 없지만

답답한건 질색이라

이제는 꽤 칼로리 소모가 많다는

등산을 일주일에 두번씩은 해봐야지 하고 있다.


남들은 멀리서 한시간씩 차를 타고 찾아오는

북한산에 살면서 그정도는 해줘야 할듯 싶다.


여름을 맞아 녹음이 무성한

그곳에 오르며 번잡한 속세를 잠시나마 잊고싶다.



산과 물은 똑같이 힐링을 선사하면서도

그 칼라는 조금 다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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