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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첫걸음

by 박순영

언젠가 라디오 같은 프로를 썼던

작가친구와 대학로 어디쯤에서

동유럽 영화제를 본적이 있다.


일종의 인디영화였던걸로 기억되는데


전장에서 포로가 돼서

구금돼 모진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해

한달여를 지낸 사람이 나중에 극적으로 탈출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같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가 구금돼있던

그 공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는 결말이

적잖이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인질도 인질범도 다 가버린

텅빈 그 공간에 대한 그의 그리움이나 회한, 향수라는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난 어느정도 이해할듯도 하다.

자기를 옭죄고 가두고 억압했던 대상에 대한

무의식적 의지depending 를 그려낸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 증후군 정도쯤 될까?


인질들이 석방된 이후

인질범들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리워하는?


모든 경우가 이런건 아니겠지만

우린 누군가에, 무엇인가에 의해

사로잡히고 억압당하는 동안

그 대상에 대해

애정이니 사랑이니 집착이니 하는 감정을

아무래도 갖게 되고

막상 그 순간이 끝나면

그때로 돌아가고픈 심리가 있는듯하다.


억압당하는 동안은

헤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그러면서도 상대에 대해

많은 부분 의지를 하는

이 모순된 감정의 핵은 역시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본다.

존재의 고독.



하지만 그 감정은 영원한게 아니어서

언젠가는 사그라들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린 다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생의 법칙이다.



자신을 괴롭히고 억압하던

무엇인가로부터 풀려나는건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처음엔 극심한 외로움과 슬픔이 밀려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상황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이 과도기를 잘 넘길 필요가 있다.


며칠, 몸이 안좋아 걸렀던 운동을

좀있다 나가려고 한다.

어지럼증으로 감지 못했던 머리감기도 오늘은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느낌,

새 길이 열리리라 기대해본다.


(30) Sting - Shape of My Heart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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