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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얼마를 벌어야?

by 박순영

요즘은 밤 10시도 안돼

자곤 한다.



저녁에 운동을 다녀온 탓도 있지만

어제는 열대야가 심해서

집에 딴 하나 거실 에어컨을

계속 가동시키다,



이러다 거덜난다는 생각에

일찍 자는게 돈 아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문득, 한달에 얼마를 벌어야

밤새 에어컨을 돌릴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불후기를 보면 곧잘

밤새 에어컨을 돌리려면

이 정도 두께는 돼야...라는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약간의 위화감과 함께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니 자신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사는거야 당연하지만



에어컨 잠시 돌리고나면

시간을 보고 끄나마나를 고민해야 하는

내 처지로선 부러운 건 사실이다..


가난, 이야 평생을 따라다닌 화두거늘

여름이면 더욱더 실감하는 내 신세!가

개탄스러우면서도

한편, 부자가 아니어서

약간의 인내와 포기의 미학이 몸에 밴건 고마운 일이다...



예전 대학원 문학과 시절

어느 신입생이 발제문의 제목에

'궁핍의 이데올로기'라고 썼다가

담당 교수에게 혼쭐이 나는 걸 보면서


궁핍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미리 열흘 날씨와 기온을 훑어 보았는데

광복절까지도 이 폭염은 계속된다 하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것 같다.


그 악몽의 2018 여름이 재생되는거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언제부터 우리의 여름은

계절이 아닌 전쟁으로 탈바꿈 됐는지..



그래도 저녁 운동길에 만나게 되는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천진함에

조금이나마 더위가 가신다면

너무 감상적인 멘트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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