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리뷰

아프다는 말만 하다가 가게 해서 너무 미안해.

by 박순영

절대 깨고싶지 않은 꿈이 있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했던 옛사랑이 나오는 꿈, 투고한 원고가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꿈,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돌아오는 꿈..

그래선가 깨고나면 아련하고 조금은 서럽다. 꿈은 우리의 무의식이자 은폐된 욕망을 나타낸다고 한다. 굳이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을 언급하지 않아도 우린 우리가 꾼 꿈을 직감적으로 해석할줄 안다 .



그 꿈을 사고파는 달러구트라는 꿈 백화점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책의 주된 내용이다. 다양한 인간의 욕망과 회한을 꿈이라는 소재로 응축해 제작해 판매하는 곳이고 그곳에 갓 입사한 페니라는 여성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다양한 존재들, 심지어 동물까지 찾는 이곳은 그만큼 현실에서 소외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음을 보여주는 반증이자 대리만족의 현장이라 할수 있다.


이런것을 소프트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이책의 주된 컨셉은, 과연 무의식에만 존재하는 꿈을 만들고 팔고 산다는게 가능한가이고, 장르는 판타지에 가깝다 . 그러나 몽환적인 소재를 다룸에도 삶의 요소들을 차분히 짚어내는 작가의 역량덕에 이야기가 허황되게 흐르지 않고 균형을 잡는것이 주된 장점이라 할수 있다.


이미예작가.jpeg 작가 이미예 (1990-)



수면사업이 활발한 달러구트 마을의 모습과 꿈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개된다."잠들어야만 입장할수 있는 상점가마을, 그리고 잠든 이들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장소들, 잠이 솔솔 오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를 파는 푸드트럭,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자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가운을 입혀주는 녹틸가루들, 후미진 골목끝에서 악몽을 만드는 막심의 제작소, 만년 설산의 오두막에서 일하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베일에 싸인 꿈 제작자, 태몽을 만드는 아가냅 코코, 하늘을 나는 꿈을 만드는 레프라혼 요정의 작업실까지..”



이곳은 꿈백화점 신입사원 페니의 도시기도 하다. “페니가 사는이 도시는, 먼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발달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시민들은 잠옷차림의 외부 손님들과 섞여 지내는 데 익숙했고, 이곳에서태어나고 자란 페니도 마찬가지였다.”


꿈을 사고 파는 백화점인만큼 "눈꺼풀저울"은 필수다. “각 칸에는 번호가 적혀있는조그마한 저울들이 들어있었는데, 꼭 사람의 눈꺼풀처럼 생긴 추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상태를 가리키는 눈금을 가리키고 있었다.패니의 눈높이에 있는 ‘902번’저울의 눈금은 ‘맨정신’과 ‘졸림’사이에서 빠르게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이곳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많은 이들로 늘 붐비는데, “저는연인과 얼마전에 헤어졌어요. 그동안 괜찮았고 잘 참아왔는데, 오늘은 갑자기 머리도 지끈거리고 마음이 펄펄 끓어요. 외롭지는 않은데 서러워요. 저는 그와 헤어진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원망하는건지 후회하는 건지 제 마음을 알고싶어요. 꿈에서라도 그를 다시 본다면 알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손님들은 꿈의 실체를 알고 있다. 그것은 <이달의 논문:꿈값과 그들의 감정에 대한 고찰>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핵심은 손님들이 스스로를 ‘망각의 동물’이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파악하고 있어요. 심지어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정보가, 있는그대로의 실제 사실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재입력된 정보라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경험이 잊힐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건, 지금 이순간이 한번뿐이라는 것을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죠. 그점이 바로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들이 지불하는 꿈값에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꿈이 상품화되면서 자연히 꿈도둑도 등장한다. "아뿔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더불어 그가 대신 들어주고 있던 ‘설렘’한병도...큰일났다. 페니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거 큰일인걸. 요즘 ‘설렘’이 워낙 귀해서 말이야. ..”


이렇게 짝사랑하는 여자와 옛애인을 못잊어하는 남자에게 그에 적절한 꿈을 판매해 서로를 맺어주는가 하면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나림에겐 '예지몽'으로 인한 '데자뷔'현상을 겪게 해 글을 쓸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재빠르게 상황에 대한 스토리가 머릿속을 가득 메우더니, 그녀는 놀랍도록 또렷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흐물흐물한 당근조각, 아영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테이블 매트의 접힌 모양, 그리고 때마침 울린 핸드폰과 화면속 팬드폰에 뜬 아영의 남자친구 이름까지, 심지어 나림은 아영에게 그 남자의 이름을 들은적이 없음에도 ‘종석’이라는 사람이 아영의 남자 친구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트라우마 극복에 관한 꿈도 팔고 있다.“손님, 죄송하지만 그냥 악몽과는 다르답니다...정식명칭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입니다."

이것은 이 꿈에 대한 <구매확정서약서>에 잘 요약돼있다."이꿈은 정신수련과 반영구적인 자존감 상승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구매자가 꿈을 꾸고 잠에서깼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야만 판매자에게 꿈값이 지불되고, 비로소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됩니다...트라우마를 극복할때까지 판매자가 권장하는 일정 간격으로 동일한 꿈을 정기적으로 꾸는것에 동의합니다”


달러구트텍스트.jpeg 이미예 <달라구트꿈백화점>팩토리나인, 2020



그러면서 책은 트라우마가 어찌보면 우리 삶의 긍정적 기제로 작용할수도 있다는걸 이야기한다.

“ 가장 힘들었던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가장 원하는 꿈은 족쇄와 억압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벗어나 해방감과 자유를 맛보는 꿈이 아닐까?

“‘하늘을 나는 꿈'을 100명의 손님에게 팔면, 그중에 60명 정도로부터 꿈값을 회수할수 있어요. 보통 그때 받을수 있는 꿈값은 ’해방감‘이나 ’신기함‘이죠. 하지만 ’아쉬움‘이나 ’상실감‘도 적지 않아요. 꿈에서는 하늘을 날수 있었는데 꿈에서 깨고 나면 날수가 없으니까 그런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거죠. 다들 아시겠지만 그런 감정들은 별로 돈이 되지 않아요 .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낸 방법이 있죠.

'하늘을 나는꿈'보다 '꼼짝하지 못하는 꿈'을 꾸게 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옴짝달싹 못하는 꿈, 그러니까 달리려고 하는데 발이 납덩이처럼 무겁거나, 괴롭히는 녀석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은 데 몸이너무 느리거나 하는 꿈 말이죠.이런 꿈을 꾸게 했을 때, 꿈값으로 ’해방감‘이 훨씬 더 많이 들어왔어요.. 자면서 답답했는데 깨자마자 몸이 가뿐하니까요!”


이것은 그만큼 화려해보이는 삶의 외양속에 감춰진 소외되고 쓸쓸한 개체의 고독감에 기인한다 할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은 겉보기에는 마냥 행복하고 화려해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과 허무함이 공존한단다. 필사적으로 약속을 잡거나 늦게 잠드는 손님들만 봐도 그건 알겠지?”


심지어는 미물인 동물 (개)마저 꿈을 꾸는데

“다행히 나이가 들수록 졸음은 잘도 쏟아졌다. 레오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있었고, 마침 애니모라 반쵸의 꿈을 꾸는 참이었다. 반쵸가 ‘산책하는꿈’을 준 덕분에 레오는 꿈속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이승을 떠난 그리운 이들을 꿈속에서 만나기를 갈구하는 이들도 많다.

“남자는 그날밤 꿈속에서 할머니를 만났다...할머니는 자신만만하게 캐러켈 마키야토 2잔을 주문하고 점원과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

젊은 부부 손님도 한창 꿈을 꾸고 있었다. 그들은 꿈속에서 먼저 떠나보낸 딸을 만났다. 꿈속의 아이는 말이 유창했다...부부는 딸을 꼭 끌어안았다.

‘아프다는 말만 하다가 가게 해서 너무 미안해’

‘아닌데? 나는 100개 만큼 행복하고 1개 만큼만 아팠는데,지금은 1개도 안아파’

‘아무것도 못하고 너무 짧게 살다가서 어떡해’”



책 말미에 <눈꺼풀 저울>의 묘사는 다시 나오는데, 미시적, 서정적 묘사에 탁월한 작가의 기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퇴근 무렵, 페니는 새로 제작되어온 눈꺼풀 저울을 진열장에 넣기 위해 빈곳을 찾고 있었다. 거래처에 맞춤제작을 맡긴지 꼬박 2달만에 받은 물건이었다...페니는 조심스럽게 저울을 놓고, 눈꺼풀 모양의 추를 손가락으로 살짝 쓸었다. 저울의 눈금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맨정신’과 ‘졸림’사이에 멈췄다. 그리고 잠시뒤, ‘졸림’은 ‘잠드는중’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손님에게 반해 진짜 꿈속의 상대가 되려다 실패하는 많은 꿈 제작자도 언급된다. 꿈이라는 몽환적 소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냉철한 머리가 균형을 잃을때 벌어지는 현상이리라.

“손님한테 그런 마음을 가지면 곤란해. ‘꿈속의 남자’나 ‘꿈속의 여자’가 되어 손님들과 절절한 사랑 놀음을 하다 신세를 망친 젊은 제작자들이 너무나 많았어. 그들은 결국 상대에게 절대로 현실이 될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하다가 깊은 우울함에 빠져버렸지. .그리고 그 끝은 항상...”




작가 이미예 (1990_)는 부산 태생으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現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첫 소설을 발표해 후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성공적으로 펀딩을 종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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