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도 안오고 해서 요즘 나의 일상이 돼버린
아우터 구경을 하다 밝은연두를 '애플그린'으로 명기한
롱패딩을 하나 보고는 '이쁘다'하고는 지를뻔 하였다.
색이나 디자인도 이쁘지만 가슴께에 살짝 셔링을 넣어줘서
이른바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디테일이 눈에 뜨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버스에 한 아가씨가 그 옷을 입고 탄적도 있는거 같고.
해서 , 망설이면 놓친다,하고는 주문하려다 멈칫...
가만 있어봐. 할매한테 어울리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은 튀는 색이어서 입고 나가면 많이들 쳐다볼텐데,라는 것들이
뒤엉켜 지름신을 주춤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지금은 보류상태.
이쁘고 화려하고 여리여리한건 청춘들에 넘겨주자,라는식의
인생을 대박 많이 산 티를 뿜뿜중이다.
그러면서 나의 청춘기를 돌아보았다.
허구한날 티에 청바지, 겨울이면 아우터를 살 돈도 없어서
동대문 언저리에서 구매한 후줄근한 점퍼 하나, 그걸로 버티었다.
그래도 그때는 꿈이 있었고 꾸미지않아도 이쁘다는 소리를 제법 듣곤 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면접이라든가 일때문에 사람을 만날때는
조금은 찍어바르고 거울앞에서 이옷저옷 대보는 시간이 생겨났다.
그것은 내가 더 이뻐져서가 아니고 그만큼 세상과 타인에 자신이 없어진 탓이려니 한다.
해서, 이제는 내가 이뻐보이고 있어보이고 능력있어보이는 것을 과시하고 보여줄때라기 보다는
청춘들에 양보를 할 때가 온듯하다.
그러기엔 너무 가진게 없어 조금은 더 그들과 능력겨루기를 해야 하지만,,,,
그놈의 애플그린, 셔링, 여리여리함....
그게 뭐라고 새삼 지금의 내 꼬라지까지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