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베이직의 미덕

by 박순영

자신이 없을땐 그저 '베이직'한것이 제일이다.

아까 물리치료를 갈때 외투를 뭘 입나 하다가

카키색의 하프 코트를 걸쳤다.

이른바 야상형 패딩인데 실제로 보면

지극히 흔한 것이다.

그러고 나가니 누구 하나 눈여겨 보는 사람도 없고

마음이 편했다.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친구 딸 결혼식에 입고갈 옷을

서핑했다.

그것 역시 가장 흔하고 베이직 한것으로 할거 같다.

그날은 어차피 내가 주인공도 아니어서 튀어도 문제다.



한동안 내안의 우물에 빠져버려

헤어 나오지를 못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 지난 과거완료형이 아닌가,라는.

다들 털고 가지 않는가. 내가 뭐라고.

해서 이것도 베이직한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묻기로, 잊어버리기로, 날려버리기로.

그러다보면 정말 묻히고 잊혀지고 날아갈것이다.

기억도 가늠도 안되는 망각의 세계로.



운명과 싸울때 가끔은 베이직한 방법이 효과가 있기도 하다.



Snow in Alberobello, Italy. fb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