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태아 수술 브이로그
15세기부터, 독일과 유럽은 이웃나라들과 연이은 전쟁과 그로 인한 극심한 기근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한다. 그때 민간에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가 있었다. 언어학자였던 그림(Grimm) 형제는 이 이야기들을 수집하였다.
그리고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Kinder-und Hausmärchen)>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다. 하지만, 동화라고 붙이기에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나도 끔찍했다. 책에는 그 당시 민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영아 살해, 아동유기 참상이 끔찍하게 묘사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 내용을 순하게 다듬어 펴냈고 재미난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헨젤과 그레텔의 부모는 더 이상 아이들을 먹일 수 없었고, 남편은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이들을 숲에 버리고자 한다."(독일, 헨젤과 그레텔, 그림형제 지음)
<헨젤과 그레텔>에는 유기, 자녀살해 외에도 아동노동, 식인풍습도 묘사된다.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만,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 실제 삶을 반영한 이야기들이 담긴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 동화 이야기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었다. 2024년 8월, '36주 태아 낙태 수술'과 이후 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한 여성이 있었다. 처음에 뉴스로 접한 사람들은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 주작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브이로그 영상은 모두 사실이고 경찰은 '살인 촉탁과 승낙에 의한 살인' 혐의 등으로 그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를 입건하였다.
영아살해는 인류 역사 내내 있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부모들은 병들었거나 약한 아이들은 버렸다. 고대 도시국가 스파르타에서는 강가에서 아이를 던져 살아남은 강한 자만 키웠다. 스파르타식 교육방식은 아직도 일부 교육기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아살해의 뿌리는 깊고 이유도 다양하다.
첫째, 경제적 압박 때문에 영아살해가 이뤄진다. 인류 역사 내내 부모가 자녀를 부양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 자녀를 살해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는 경제적 빈곤과 부양 부담으로 인해 영아살해가 빈번했다. 1865년 메리 앤 코튼(Mary Ann Cotton)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붓아들을 독살하였다. 이 사건은 당시에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고 영국 사회복지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살해하였다. 미혼모나 강간으로 인한 출산 등에는 사회적 비난이 따르기 때문이다. 예로, '살인하지 말라' 정신은 기독교가 지배적인 유럽에서 살해를 공식적으로 금지시켰다. 하지만 혼외자들은 비밀리에 버려지거나 은밀하게 살해되었다. 우리나라에도 2022년까지 영아살해죄가 있었고,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한 처벌보다 훨씬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
셋때, 문화적 압력에 의해 아이들을 죽였다. 특정 성별의 아이를 선호하거나 가문을 이어가기 위한 경우이다. 예로 중국과 아시아,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오래도록 남아선호로 인한 여아 살해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아동생명권에 대한 인식부족, 아동권리에 대한 경시 때문에 아동살해가 일어난다. 20세기 세계 대전을 두 번 치른 후 국제사회는 아동에게도 인간으로서, 어린이 권리가 있다고 선포했다. 이 내용은'UN 아동권리협약'에 담겼고 우리나라도 1991년에 비준하였다. 아동 양육을 둘러싼 시각이 달라지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아동 생명권, 보호권을 지키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낙태죄, 살인죄 적용이다.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태아 생명권을 박탈당한 사건이다. 그 여성은 태아, 영아에게 생명권이 있다는 인식 없이 영상으로 촬영하고 대중에게 공개하였다.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패밀리 브이로깅(family vlogging)이 일그러지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패밀리 브이로깅(family vlogging)은 자녀, 배우자와 가족 일상을 촬영하고 불특정 대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전 글 참조>).
그 여성과 의사는 처벌을 받게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낙태는 금지하고 있으나 설혹 낙태를 했다고 해서 처벌할 규정은 없다. 2019년 낙태죄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개정시안까지 입법이 되지 않아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아 또는 영아 살인죄로 그 여성과 의사를 처벌할 수 있을까? 뱃속에서 살아 있었는지, 수술할 당시 살아있었는지에 따라 살인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만약 살아있었는데도 태아, 영아를 죽였다면 자녀 삶과 죽음을 결정할 권한을 부모가 가질 수 있는가 질문해야 한다.
그 여성은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였지만 해당 브이로그 영상은 인터넷에서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계속 떠다니는 영상 속 그 아이를, 그 아이의 죽음을 누가 기억하고 책임을 져야 할까? 영아들은 '잊힐 권리'조차 요구할 수 없다.
자녀 삶과 죽음을 결정할 권한을 부모가 가질 수 있는가,
공개된 영상은 인터넷 세상에서 떠다니고 있고
영아들은 잊힌 권리조차 요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