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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은 Oct 27. 2024

건드리지 마, 내 아이가 최고야.

아동권리인 듯 아닌 듯 헷갈리는 자녀중심주의

가끔, (이들이 제정신인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보호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갑질부모는 대표적으로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2023)'에서 등장한다.  괴물부모는 "주로 자녀에게 매우 권위적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말한다. 이외에도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다 어디서나 나타나 자녀에게 잔소리와 간섭을 하는 '헬리콥터맘'과 그보다 업그레이드된 '드론부모'가 있다. 또 아이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면 잔디 깎듯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며 '잔디깎이 부모'라는 말도 있다. 이들 용어는 한국, 미국, 일본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열일 제치고 부모역할을 과하게 행사하는 경향이 단지 한국만은 아니라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까. 


'내 아이가 최고야, 내 아이는 소중해, 특별해'  

이들 보호자가 가진 생각 중 "내 아이가 최고야"라는 사고방식은 자녀중심주의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자녀중심주의는 자녀의 모든 행동과 요구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거나, 자녀의 욕구를 가족 내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자녀중심주의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내 아이가 최고야' 생각은 여러 방면에서 갈등과 문제를 일으킨다. 


먼저, 학교나 유아교육기관에서 문제가 생길 때, 일부 부모는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나 학교에 책임을 돌린다. 예로, 어느 부모는 자녀가 수업 중 규칙을 어겼을 때 교사가 이를 지적하자, 교사의 교육 방식을 문제 삼고 학교에 항의하였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가 문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다"라며 과도하게 자녀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내 아이는 최고니까 더 많은 교육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과도하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가 여러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자녀의 성적이 조금이라도 낮아지면 학원이나 교사를 문제 삼고 바꾸려 한다.


아이들이 스포츠 경기나 예체능 경연에 참여할 때, 일부 부모들은 자녀의 성과를 과도하게 중요시하며, 자녀가 실수를 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심판이나 코치에게 과격하게 항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모들은 자녀가 항상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자녀의 능력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평가한다.


요새 두드러진 모습 중 하나는 단연코 자녀의 모든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자녀의 성취를 과시하는 부모들이다.  "우리 아이가 최고야", 우리 아이는 특별해, 소중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자녀의 우수한 성과를 자랑하고, 다른 부모들과 비교하며 자녀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경우이다.


이러한 "내 아이가 최고야" 사고방식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주거나,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자율성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은 가정 외 타인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교육기관의 교직원들에게 함부로 굴어서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기사 끝에는 이러한 '아동 권리가 강조되어 나타난 현상이라는 친절한 해석도 붙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잘못된 표현이다. 아동 권리만을 강조하는 현상과 자녀중심주의 간에는 긴밀한 관계성이 있을 수 있으나, 같은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자녀중심주의에서 아동권리만을 강조하는 것은 곤란.


우리나라가 아버지 중심인 가부장제사회에서 자녀중심주의로 변화한 것은 대략 1980년대 경제성장이 급격히 일어난 이후이다. 자녀중심주의란 '부모가 자녀의 필요와 욕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자녀를 가족의 중심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주로 학업성취와 성공이 부모에게 중요한 목표가 된다. 과거의 권위적 양육 방식에서 벗어나,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녀의 권리를 인식하는 부모가 등장한 것이다. 이는 아동 권리 강화와 자녀중심적 양육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자녀중심주의에서는 자녀의 행복과 성장을 부모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는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아동의 교육, 건강,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부모와 사회의 중요한 책임이다. 이 대목은 자녀중심주의와 아동 권리 주장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동 권리만을 과도한 강조할 경우, 부모의 권리나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의 역할이 소외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염려스럽다. 자녀중심주의가 지나쳐서 자녀가 가족의 모든 결정의 중심이 되는 경우 말이다.  

그래서 아동 권리와 자녀중심주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균형을 잃을 경우 부모와 자녀 간의 건강한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모의 권리와 책임, 가족 전체의 조화를 함께 고려해야만 건강한 가족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아동 권리만을 주장하는 현상은 자녀심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지만, 이는 부모의 역할과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의 권리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독일에 있는 초등학교에 아이가 입학할 때 가정 통신문을 받았다.  8가지로 열거된 이 아이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가정통신문이다. 예를 들면 '이 아이는 신체적으로 남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로 시작해서 아주 매우 간략한 정도지만 아이들의 권리와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안내를 하고 있다. 그리고 통신문 마지막엔 '이에 따를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동의의 표시로 부모님이 사인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권리와 책임과 의무를 가져야 가르쳐야 한다. 또한 보호자도 진지하게 이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말에 순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한다면 문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기존의 것을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아이들 성장과 발달에 이점이 매우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전제로 아이들은 어른의 지도를 따를 의무가 있다. 부모나 보호자의 교육을 따를 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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