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 내가 들은 이야기다. 나도 이 질문을 받고서 매우 당황했다. 사건은 이렇다.
그날은 적십자가 와서 헌혈을 해야 했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의 관심이 별로이자 선생님은 한 반에 학생들이 절반은 해야 한다고 하셨고 우리는 누가 하냐고 칭얼칭얼 했다. 절대 벗어나지 않는 학생들과 갈등을 두고 결국 담임 선생님이 오셨고 담임 선생님은 출석부를 가져오셔서 오후 출석부를 보시고서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셨다.
난 속으로 내 이름이 불리지 않기를 바랐다. 헌혈이 싫은 건 아닌데 주사도 겨우 맞고 사는 나에게는 정말 치명적이었다, 어릴 때는 병원에서 접수까지 다 하고 주사를 맞는 시간이 오면 엄마 몰래 집으로 도망을 가서 혼난 게 여러 번, 그래서 엄마는 그 이후로는 절대 도망을 가면 안 된다고 나에게 몇 번이나 말씀하셔서 나는 통곡을 하고 주사를 맞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헌혈을 해야 한다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한 명 한 명 불러지고 아이들은 탄식이 나왔고 드디어 절반이 나오고 몇 명이 남지 않았다.
난 기도를 했다. 제발.
하지만 이 제발은 나를 불렀다.
"몽접이"
나는 "선생님 저 진짜 바늘이 무서워요"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럼 바늘 보지 말고"
나는 "아니 진짜요"
담임 선생님께서는 "자 이상 호명 된 학생들은 같이 가자"
억지로 일어나서 친구들과 같이 갔다.
이미 침대에 누워서 헌혈을 하는 친구들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는 거의 울상이었다.
나는 마지막 카드를 들었다,
"선생님 저 한 달 동안 청소할게요"
담임 선생님은 "나도 할 거니까 잘 봐라"
결국 그렇게 한 명 한 명 하는데 나에게 인사를 하시는 친절하신 분이 환하게 웃으시며 다가오셨다.
그때였다.
"어머니가 누구시니?"
나는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워서
"네 집에 계세요"라고 했고 질문하시는 분은
"아니 이렇게 곱게 교복을 다려 입혀 주시는 분을 근래 처음 본 것 같구나. 너 사랑 많이 받고 자라는구나"
나는
"아 네 , 저희 어머니는 직접 하세요"
질문하시는 분은 웃으시며
"나도 그러셨는데 돌아가셨단다. 잘해드려라"
눈물을 보이셔서 난 어찌할 줄 몰랐고 나도 모르게 "저 헌혈.."
이라고 하고 그렇게 침대에 누워 헌혈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그렇게 하게 된 헌혈을 하고 나서 돌아서는데 내게 말씀하신
그분은 내게 "너는 착한 딸이구나, 어머니가 이렇게 딸을 키우시는 거 보니까.. 참 곱구나. 교복이 "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교실로 들어왔다.
친구들은 어땠냐고 질문공세를 했지만 나는 "그냥 그랬어"라고 쿨하게 했고
자꾸 그 질문이 생각났다.
"너희 어머니가 누구시니?"
살면서 이런 질문을 몇 번 받을까?
나도 우리 엄마가 누구인지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엄마가 항암치료를 하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래서 늘 가까이 있는 사람이 언제가 떠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은 알았던 것 같다.
모성애 그 이상을.
감사드린다.
아직도 잊지 못한 그 질문에 대답을 조심스럽게 드린다면 우리 엄마는 모성애 최강에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