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결혼식에 가야 한다. 처음에는 축의금만 낼 생각이었다. 그래도 되는 자리라 내가 가는 게 더 어색할 것 같아서 조용히 마음만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왔으면 좋겠다는 전화까지 받아서 가야 할 것 같다.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건 지난주부터다. 9월에 결혼식이 있어서 처음 8월은 아직, 8월이니까 라는 생각에 안이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9월이 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지난주 옷장 정리를 했다. 아직은 늦여름이라 반팔이 약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여벌의 옷을 남겨두고 모두 가을 옷으로 정리를 했다.
이런 정장이 딱 한벌이다. 나는 평소에도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아니면 그냥 캐주얼을 입고 다닌다. 그래서 딱히 정장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무엇보다 옷을 안 산지 3년이 넘어간다. 작년에 티셔츠 하나 산 게 겨우 미니멀리즘을 실행한다고 한 게 아니라 귀찮기도 하고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돌려 가면서 잘 입었다.
막상 일이 일어나고 보니 큰일이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졌다. 이런 눈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역시 직접 매장을 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머리가 아프다.
또 얼마나 작은 치수의 옷을 봐야 하나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몰려오고 하나 있는 정장은 아래위로 검은색이라 그냥 블라우스 흰색 하나 사서 입고 갈까를 백번도 넘게 생각했다. 뭐 하나 사기가 이렇게 어렵다.
요즘은 버튼 하나 누르면 배송되는 세상에 이렇게 까지 고민할 일인가 싶어서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은 집에 있는 옷 입고 가기로 하고 매장 방문은 이번 주 주말에 가서 눈구경을 하고 마음에 들면 하나를 사기로 결심했으나 이것도 미지수인 것이 나는 주말에 그냥 집에만 있는 극 내향인이다.
나이가 드니 공식석상에 이렇게 생긴다. 그래서 그런가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가 중요한 자리를 가실 때마 옷장을 열어보시고는 "아휴.. 큰일이네 옷이 없네" 하셨다. 나는 그럼 "엄마 옷장에 옷이 있는데?"라고 말하면 웃으시며 "그 옷 말고 다른 옷"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의 나 같은 경우겠지 한다.
그래서 나는 참 이렇게 나이를 먹으니 뭔가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마음이 무겁다.
갈등이 생겨서 축의금만 낼까 하고 다시 전화를 꼭 오라는 이야기를 해서 결국은 마음에 빚만 지고 주말은 나가야 할 듯하다.
나이가 드니 책임감이 든다. 그게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