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표를 쓰고 싶었다. 아니 사표를 썼어야 했는데 그냥 참았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슨 운세는 올해 나의 삶은 하늘을 뚫고도 살거라 했는데 그 하늘을 뚫는다는 게 일이었나 보다. 팀장이 되고 나서 나는 일을 몰빵으로 받았고 주말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울면서 일을 했다. 커피를 수혈하면서 살았으니 말 다했다. 이렇게 살면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슬펐다. 그래서 괜히 회사 컴퓨터에 사직서를 다운로드하고 언제나 낼 수 있게 보란 듯이 걸어놨다. 사람들은 그렇게 걸어두면 정말 훅 하고 내버린다고 지우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보는 게 그래도 위안이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가 사표를 쓰고 빈자리를 남겼다. 쓸쓸한 한 겨울이 다가왔고 나는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렇다. 지금도 일은 많고 새해에는 더 많은 일들을 받았다. 나오는 한숨을 내쉬고 결국 새해가 밝았다.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은 빠르다고 이러다가 또 연말이라며 주고받는 말이 가시처럼 들려서 그냥저냥 들었다. 그러다 친한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여쭈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님은 무슨 일이냐고 굉장히 놀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간하면 나는 그냥 톡을 하거나 별말 없이 살아가는데 전화를 하니 적잖이 당황하셨다.
첫마디가 "어디 아프니?"라고 물으셔서 웃으며 "아뇨, 그냥 마음이 심란해서 전화드렸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선배님 직장 생활이 힘들면 어쩌죠?"
선배님은 "다 그렇지, 직장이 쉬우면 어디 직장이냐, 아 이건 있다. 일이 힘들면 버티고 사람이 힘들면 잠시 잠깐 생각을 해보고 원인을 찾아봐, 그리고 그 원인이 너이면 고치고 아니면 찾아가서 고쳐"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동료는 믹스커피를 권했고 나는 감사하다며 받으며 "사람관계가 힘들면 어쩌죠?"라고 되물으나 선배님은 "네 성격에 힘들다.. 그럼 그냥 말하지 말고 , 연관부서이니?"
나는 "네"
"그럼 좋은 게 좋은 거니 네가 한수 접고 들어가라, 원래 인간관계는 지는 게 이기는 법이다"
명언을 날리시는 선배님에게 "감사합니다. 차 대접 하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나는 메모를 했다.
일이 힘들면 남고 사람이 힘들게 하면 생각해 보자. 그렇게 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역시 어른은 어른이다. 누군가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조언을 구하면 이 구절을 써야겠다.
그리고 나는 내 책상에 작은 글씨로 동안거라고 썼다. 불가에서 승려가 하는 동안거를 나는 실행하려고 한다. 말을 줄이고 자신의 본분에 맞는 일을 하려고 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겠지 한다.
모든 일은 내게서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실천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신춘문예로 1월 1일 아침 재빠르게 편의점으로 달려가 당선작을 봤다. 그리고 나는 내 한숨을 한마디로 내렸다.
넌 아직 멀었구나. 떨어진 이유는 명확했고 당선작 중 한 분은 10년 만에 당선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고작 몇 개월 준비해서 냈다는 게 부끄러웠다.
누군가 다시 준비해서 다시 도전할 거냐고 물으면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글쓰기를 멈출 생각은 없다. 다만 질적인 글쓰기를 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은 이창호와의 승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승패를 떠나 좋은 기보를 남기고 싶습니다"
나도 그렇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또 욕심이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몽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