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때문에 망했다.

by 몽접

집 근처에 베이글 전문점이 생겼다. 원래 백반집이었다. 비싸지 않고 반찬도 좋은 백반집이었는데 그 집도 처음에는 사람도 많았는데 어찌어찌하여 배달로 바뀌었다가 어느 사이에 공사라는 팻말을 걸더니 갑자기 화덕에서 구운 베이글이라는 팻말이 걸리더니 연말에 베이글집이 생겼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이미 유명한 빵집이 있다. 오픈을 오후 12시에 하면 거의 오후 4시면 닫는 오픈런을 해야 맛볼 수 있는 동네 맛집이 있기에 어느 빵집을 가도 맛볼 수 없는 자존심 있는 빵집이 있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오픈런을 해야 해서 이 추운 날씨에 아침 11시 30분에 출발을 하면 3-4명은 이미 앞에 서 있어서 책을 읽으며 기다려야 한다.


많은 빵들이 있는데 내가 주로 먹는 빵은 휘낭시에, 소금빵, 잠봉베리 등등 그때그때 다르지만 사는 것만 사기도 한다. 나머지 빵들은 또 기분에 따라 구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베이글, 사실 베이글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어서 일 년에 많이 먹어야 두어 번이다. 그런데 화덕에 구었다고 하니 안 가볼 수 있나 해서 결국 들렸다.


이런 아침 11시부터라고 했는데 오후 3시에 가니 이미 다 소진이라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종류는 갈릭 베이글, 시금치 베이글, 토마토 베이글, 치즈 베이글, 플레인 베이글, 등등 많이 있는데 내게는 딱 두 개 샌드위치 베이글과 시금치 베이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집에 들어와서 먹었다.

이런 환상이다. 쫄깃하고 달지도 않고 담백하면서 내가 먹은 베이글 중 최고였다.

그리고 난 중독현상의 입구에 섰다.


다음날 일찍 다시 베이글 가게를 들렸다.

이번에는 갈릭 베이글과 토마토 베이글 그리고 치즈 베이글을 샀다. 오픈이라 1만 원 이상이면 치즈를 서비스로 준다며 치즈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갈릭 베이글을 먹었다. 역시 나는 나도 모르는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새해 다이어트를 위해서 나는 물을 많이 마시고 앞자리 4를 보기로 했는데 이건 예상치 못한 결과다. 그래서 다시 베이글을 가방에 넣고 무심히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버릴까? 생각도 했다.

결국 집에 도착해서 베이글을 가위로 잘라서 아주 작게 자른 다음 통에 담아서 한 조각씩 먹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 몸무게는 금방 늘 것 같아서 위기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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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배우 배두나는 베이글을 엄청 먹었는데 다이어트가 안 돼서 끊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왜 내 집 근처에 자꾸 빵 성지가 생기는지 모르겠다.

이 빵집만 있는 게 아니다, 이 빵집 옆집은 베지테리안 빵집이다.

항상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도 두어 번 들렸는데 그다지 나에게는 맛이 없어서 몇 번의 경험이 전부이지만 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두근 거리지만 속상하다.


어렸을 때 나는 우리 동네에 있는 태극당을 정말 많이 갔다. 태극당 같은 경우 역사도 있어서 아마 우리 동네에서 살면서 태극당을 안 가본 사람은 없을 거다. 빵집 주변을 가면 빵 냄새가 아주 좋아서 꼭 들어가서 한 종류 빵을 사는데 나는 소보루 빵을 사서 먹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그 위층에서 오며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두어 시간은 수다를 풀어내면서 살았다.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은근히 연애의 성지이기도 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2층에서 보면 반가워서 들어오라고 손으로 인사하면 친구들은 우르르 들어와서 시험 이야기 하면서 점수에 대해 울고 웃었다.

그때는 베이글을 먹지 않았다. 베이글이 없었다. 그냥 식빵을 먹으면서 살았다.


베이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침부터 베이글을 먹을 생각에 설렌다고 들었는데 내가 그렇게 될 줄이야.

그래, 뭐든 바뀌니까..

그런데 경계는 해야겠지?

더는 체중감량에서 더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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