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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5. 2022

아빠의 구두

가난했던 시절 아빠의 운동화도 짝퉁이었다. 그래서 늘 우리 집은 구두, 운동화 없었다. 우리 집 주변에 잘 사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는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 쓰레기를 버렸는데 멀쩡한 운동화며 각종 뭐 신변잡기들을 버렸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는 그날만을 기다렸다 아닌 척하며 서로들 탐을 냈었다.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엄마는 밥을 다 드시고 "보자 이 시간이면 다 버렸겠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와 여동생은 엄마 따라갔다.

역시나 뭔가 많이 나와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쓰레기봉투를 이용해서 종량제를 하던 시절이 아니니 마구 버려져 있었다.

그때 눈에 띄던 것이 있었으니 나이키 운동화였다.

난 눈에서 황금을 발견한 것처럼 "엄마 나이키 운동화!!"

엄마는 매의 눈으로 "이거 진짜겠지?"

여동생은 "사이즈가 너무 커서.."

엄마는 "보자.. 하시면서 "자세히 보셨다.

그렇다 그 사이즈는 딱 아빠의 발 사이즈와 동일했다.


엄마는 얼른 장바구니에 넣으셨다. 그리고 기타 물품 몇 개를 챙기시고는 집으로 들어오셨다.

아빠는 "갑자기 어딜 갔다 와?"

하품을 하시며 물으셨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여보 내가 어디 가서 나이키 운동화를 주워왔는데 당신 신을 거야?"

아빠는 "누가 그런 걸 버려, 비싼데"

엄마는 "아니 누가 진짜 버렸어"

아빠는 "혹시 당신 산거 아니야?"

엄마는 "우리 형편에는 턱도 없지"

난 "맞아 아빠 우리도 같이 갔어, 그렇지?"

난 여동생에게 눈길을 줬다. 여동생은 "아빠 우리 다 같이 갔었어"


아빠는 "그래 좀 줘 봐"

아빠는 운동화를 보시더니 "아니 거의 안 신은 것 같은데?"

엄마는 "그렇지?"

아빠는"그냥 밖에 내놓은 거 가져온 거 아니야?"

엄마는 "아니야 이 집 원래 그래"

엄마는 아빠의 눈빛을 보셨다.


아빠는 "그럼 신어 볼까?"

그렇다. 딱이었다.

엄마는 "됐네"

우리는 신이 났다. 참 철도 없지. 주워 온 게 맞다고 좋아한 우리다.

아빠는 "좋네 이거 신지 뭐"

아빠는 그날 이후로 그 신발을 그렇게 신으셨다.

난 속으로 '아빠 내가 돈 많이 벌면 그것보다 두배 좋은 거 사드릴게'

아빠는 아무 말씀 없이 그렇게 그 운동화가 해질 때까지 신으셨다.



훗날 아빠는 나이키 운동화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하셨다.

처음 그 운동화를 보고 신기해하셨단다. 하지만 그 이후 생각은 우리 집안이 이렇게 가난하구나 생각이 드셨고 그다음은 이걸 보고 좋아한 아내와 딸 둘에게 미안해하셨단다.

그래서 가장으로서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막걸리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술을 줄이셨단다.



거짓말처럼 난 첫 월급으로 아빠의 신발을 사 드렸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첫 월급을 타고 난 잽싸게 구두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눈 구경을 하는데 마침 아빠 나잇대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이 신을 고르고 계셨다.

그리고 난 어렵게 질문을 했다.

"저기 남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게.."

그때 그 어르신은 내게 "나잇대가.. 대략... 50대에서 조금 멀어서.."

어르신은 "그럼 나와 비슷하네.."

하시며 추천을 해주셨다.


그렇게 난 다람쥐처럼 잽싸게 사서 고향으로 갔다.

"아빠 "

아빠는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냐고 물으셨고

난 "아빠 구두"

난 곱게 포장된 구두를 펼치며 아빠에게 "아빠 첫 월급에 구두"

아빠는 "돈을 모아야지 무슨 구두야"

하셨지만 눈은 이미 구두에 빠지셨다.

엄마는 "아이고 예뻐라"

그렇게 아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명 메이커 구두를 신으셨다.

난 "아끼지 말고 팍팍 신어!"

그리고 난 아빠에게 "아빠 그 예전 나이키 운동화 신어서 우리 이렇게 키우셨는데 받으실만해"

아빠는 "그때가 언제 일인데.."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도 그때 생각에 눈물을 흘리셨다.


난 "좋은 날 이게 뭐야~" 하며 난 괜히 웃었다.

그렇게 난 팍팍 신으시라고 했지만 , 아빠는 아깝다고 잘 신지 않으셨고 잔치나 큰 행사가 있으면 신으셔서 난 "그냥 신으시라니까"라고 말하면 "알겠다" 하셨지만 쉬이 바뀌지 않았다.

지금은 그래도 신을 자주 바꿔 신으시는 편이다.


고마운 아빠에게 지금은 말씀드린다.

사계절은 아니더라도 신고 싶은 게 있으심 말씀하세요, 사드릴게.

그리고 감사해요. 엄마에게만 말씀드리고 아빠에게는 늘 애교가 없어서 말이 없어서.

하지만 알아요. 아빠는 늘 든든한 가장이었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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