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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6. 2022

회식에는 왜 고기만 먹어요?

어김없는 회식, 난 다음 주부터 휴직이다. 짧은 휴직이지만 휴직은 휴직, 그래서 다들 좋겠다고 말한다. 들뜬 마음을 감추고 난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 다들 다시 연구원실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 게 적응이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줌으로 백업을 하던 연구원들은 자기 시간이 없어졌다며 잘 나가던 필라 테라스도 끊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난 늘 비상근무에, 대면 근무에 , 정상적인 백업에 외근까지 있었기 때문에 줌으로 하는 백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다 이해는 안 갔지만 어쨌든 여론은 다시 예전으로 재택근무가 좋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대가 많은 걸 바꿔놓았다.


그리고 오늘 연구원장님이 회식 이야기를 하셨다. 저번에도 적었지만 연구원장님은 나이가 좀 있으시다. 흔히 말하는 꼰대 스타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꼰대는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의 융통성에 숨을 쉰다고 이야기를 한다. 회식 이야기에 재택근무자들은 얼굴에 드러나는 불편함을 이야기했고 그걸 아시면서도 끝내 이야기하셨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들 바쁘게 일하는데 "자 오늘 회식하자고, 오랜만에 재택 근무자들도 들어오고 아쉽게 휴직을 쓴 연구원도 있고 다들 모이기 힘들잖아, 내가 미리 예약했어. 고깃집으로"

그때 mz세대 연구원이 "저기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될까요?"

연구원장님은 "아니 왜?"

연구원은 "회식에 고기는 저녁에 부담이 돼서요, 그냥 가볍게 팝업으로.."

이때 분위기는 싸늘하게 변했다.


우리 세대는 어차피 통하지 않을 이야기를 한다는 분위기와 mz세대는 '또 고기야'라는 분위기, 그 알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뒤로하고 연구원장님은 "무슨 소리야 회식에는 고기지, 거기가 고기가 아주 좋아. 내가 그러니까 20년 단골이야. 특별히 이야기했어. 그러니까 아무 말 없이 먹으면 된다고, 아무나 갈 수 없어. 방송 출연도 하라고 여러 번 연락을 받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집이야. 어느 정도인지 알겠지?. "

연구원장님의 고기 부심은 남달랐다. 난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그때 내 앞에 m 연구원이 "원장님 그냥 회는 어떠신지.."


그렇다. mz연구원이다. 난 속으로 '시작이구나'했다.

연구원장님의 표정은 이제 노기 어린 음성으로 시작하시려는 것 같았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가, 고깃집이라고 했어. 그리고 20년 단골,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이야기 안 하려고 하는데 자꾸 나를 꼰대, 라때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네. 그리고 사내 분위기가 나를 무서운 사람으로 하고 있어" 안경을 올리시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람같이 사라진 원장님, 사라지시고 많은 이야기는 "왜 회식은 고기인 거야"였다.

생각해보니 나도 회식하면 고기인 것 같다. 늘 회식에는 고기, 갈비였지 회는 거의 없었다. 대기업을 다닐 때에도 고기였고 연탄 갈빗집에서 연기를 마시면서 술을 먹어서 다음날 목이 아팠던 기억도 있다. 물론 그게 연기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역시 요즘 세대는 다르게 생각을 하긴 한다. 저녁에 고기를 먹으면 부담은 부담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 더 뭔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담이라 난 이야기하지 않고 따라가는 편이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말하면 꼰대가 되는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회식은 늘 고기였다.

왜 회식에는 고기일까?


생각해보니 우리 집도 아빠의 월급날이 되면 엄마는 고기를 구웠다.

아빠의 월급에 맞춰서 작으나마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었는데 그때 엄마가 "당신 수고 많았어요" 하면서 같이 먹었는데 아빠는 "봉투가 얇네" 하시면서 머쓱해하셨다.

난 "고기를 이렇게 먹네" 하면서 두 분 다 공무원이셨으니 난 두 분의 월급날만 기다렸다.


그랬다. 그래서 그날만은 고기를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의 회식도 아빠 엄마의 월급날이었다.

참 고기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좋아는 했던 것 같다. 

한국인에게 고기는 참 여러 가지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수고. 화해. 당부.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그래서 사람들은 고기를 먹나 보다. 

여하튼 오늘 회식도 다이내믹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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