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Jul 07. 2022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3주 뒤에 보겠습니다.

최근 내 잇몸에 문제가 생겼다. 나도 나이가 슬슬 들어가는 거다. 문제는 작은 곳에서 발생했다. 처음에는 치아가 찌끈했다. 그래서 그냥 남들처럼 약국에서 치통 약으로 땜빵을 했다. 복용하니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난 내심 '괜히 걱정했네'라고 생각을 하고 잘 살았다. 그러다 치명적인 시간을 맞이했다. 아는 지인과 커피숍을 갔다. 주문한 프라푸치노를 마시는데 미간이 아파왔다. 뭐 난 가끔 아이스를 마시면 미간이 아프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가 시렸다. 그리고 잇몸이 지끈거렸다. 나도 모르게 "아 이" 지인은 "많이 아파?"

난 "좀 그렇네"

지인은" 치아는 방치하면 큰일이야, 일찍 가야 해"

난"치과는 무서워서"

지인은 "나이가 몇인데 그런 이야기야"

결국은 지인과 난 차를 마시지 못하고 이야기만 하고 나왔다.

난 고민을 했다.

사실 치과는 나에게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을 거다. 잇몸이 부어서 엄청 힘들었을 때 엄마가 치과를 가자고 나를 이끌었다.

평생 내과만 방문했지 치과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장비가 전부 무슨 도구로 보이고 소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친절하신 간호사 선생님은 "자 여기 누우세요" 하는데 그 친절하신 모습은 어디 가고 마스크를 하시고 나타나신 의사 선생님은 전동기 같은 걸 가져오시더니 큰 소음을 내시며 "자 입을 크게 벌려 보세요" 하시며 입안을 살피시더니 "음.. 잇몸이 부었네요. 그리고 고름도 있고" 하시면서 고개를 몇 번 끄덕이시더니 자리를 옮기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조금 아플 겁니다" 하면서 간호사 선생님은 지금으로 치자면 가글 같은 물을 내게 권해 주시며 입안을 정리하라고 하셨고 이후 눕고 나서는 난 그 노란색 색깔의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 길이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라 그런가, 엄청 길었던 걸로 기억한다. 얼마나 아팠는지 난 "아 아파요"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따끔하다고 했죠" 하시며 웃으셨고 엄마는 "다시 와야겠네요" 하시는데 난 그런 엄마가 미워서 "엄마 나 안 올래"라고 말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마취가 깨면 좀 아플 겁니다. 그리고 2주 후에 다시 오세요"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결국 난 2주 후 다시 끌려가 아픔을 맞이하고서야 썩은 이에 땜질을 하고 마무리를 했다.


이런 추억이 있는 내가 내발로 다시 치과에 갈 줄이야, 앞에 있는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에 몸을 맡기며 아주 나근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난 벌써 가슴이 쿵쾅였다. 어쩌지, 하면서 있는데 대기번호는 쓱쓱 잘 들어갔다. 나름 중형병원이라서 그런가 하면서 기다리는데 벌써 내 차례, 난 나도 모르게 어설프게 들어가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어색한 내 입안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게 이렇게 창피하게 느끼긴 처음이었다.

"그동안 스케일링이니 이런 건 잘 받으신 거 같은데 잇몸이 약한 건 혹시 다이어트.." 하면서 의사가 물었다.

난 "최근은 아니고 몇 달 전..."

의사 선생님은 "썩은 치아도 없고 별다른 게 없는데 잇몸이 붓는 건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 많이 부은 건 아니고 치아가 혹시 차가운걸 마주하면 아프던가요?"

난 "네"

의사 선생님은 "네 알겠습니다" 하시더니 또 주사다. 난 눈을 질끈 감고 아프다는 소리 한 번 못하고 치료를 받았다.

원인은 묻지 않았다. 하지만 기쁜 소식을 받았다.

"다시 와야 하나요?"

의사 선생님은 "아뇨, 처방전 드릴 테니 드시고 그래도 아프시면 오세요, 그리고 당분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드시지 마시고요"

난 "네?"

의사 선생님은 "음.. 넉넉하게 3주 정도 뒤에 드세요"

난 "네.."



난 나오는 길 많은 커피숍을 봤다. 난 얼아죽이다.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파. 그런데 당분간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한다. 이런, 더운 여름에 그것도 고온다습에 여기가 필리핀이라고 해도 전혀 무방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날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라니 내게는 사약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이가 그런 것을.

3주 뒤에나 마시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고로 난 3주 뒤에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아 인생은 무상하다. 별것 아닌 것에 웃고 운다. 그래서 그럴까, 벌써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립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좀 마셔 놓을걸 괜히 , 커피 줄여보겠다고 과일 주스 마셨다.


친구가 치아가 흔들린다고 임플란트 한다고 했을 때 난 놀렸다. "야 나이가 몇인데 벌써 임플란트야?"

친구는 "너도 곧 "

난 "난 멀었거든" 하면서 괜히 놀렸는데 미안해진다.

우리 엄마가 그러셨다.

나이 앞에 자식 앞에서는 함부로 입 놀 리지 말라고, 역시 어른들은 지혜롭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3주 뒤에 봅니다.

그때까지 제 아이스 잘 보관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공무원과 이별 못한 남자, 공무원과 이별 원하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