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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18. 2022

한국인은 언제 치킨을 적게 먹을까?

어디까지나 유머로 시작했다. 아는 지인이 내게 물었다.

"한국인은 언제 치킨을 적게 먹을까?"

난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생각을 했다. 한국인에게 치킨은 소울 푸드인데 적게 먹는다? 그런 건 없다.

내가 알기로는 봄에는 싱그러운 풀밭에서 치킨을 먹으며 봄을 즐기고 여름에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으로 온 동네 닭을 다 잡아들이고 가을에는 한강에서 치맥을 먹으며 지나간 여름을 그리워하며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며 겨울에는 눈 날리는 겨울밤 아빠가 사 오시는 통닭구이를 먹으며 졸린 눈을 거의 떠 올리며 먹는데 한국인에게 언제 치킨을 적게 먹느냐는 질문은 너무 사악하다 못해 난해한 질문이었다.


난 지인에게 "그래서 언제야?"

지인은 "생각을 좀 해봐"

지인은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난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안 나왔다.

그리고 내가 내린 정답은 " 겨울?'

지인은 "왜?"

난 "추우니까, 손에 들고 오기 힘드니까?"

지인은" 아니지, 겨울에는 추울 때 호호 불며 먹는 치킨은 끝판왕이지"

난 "아 뭐야 답이"

지인은 깔깔 웃으며 "2월"

난 "뭐?"

지인은 "2월은 가장 짧은 달이니까"

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일 년 12개월에 한국인들이 닭을 소비하는데 그나마 2월이 짧으니 덜 먹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긴 우리나라의 닭사랑은 차고도 넘친다.

외국 유튜버가 영국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유명한 치킨을 협찬해서 나눠 준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아주 인기였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치킨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들 굿이라며 엄지 척을 하는데 하긴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치킨 시장은 날로 거세지고 세련되고 있다.

그래서 고객은 광고비까지 포함해야 하는 비싼 닭값을 지불하고 있다.


난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시장 통닭을 먹는다. 그래서 아빠가 어렸을 때 사 오시던 흰 종이에 싸여 기름을 먹은 그 닭을 좋아해서 무슨 회사가 어떤 닭을 히트 쳤다 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다. 물론 아예 시켜 먹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저 시장에서 파는 닭이 반갑고 정겨울 뿐이다.


며칠 전 조카가 왔었다. 조카는 뭐든 잘 먹는 식성이 있다. 그래서 통닭을 먹자고 했더니 휴대폰을 열어서 주문을 하려고 해서 시장 통닭을 먹자고 제안을 했다. 조카는 둥근 눈을 뜨고서는 "시장 통닭이 뭐야"라고 묻길래 "네가 시켜 먹는 것보다 백배 맛있는 거"라고 했더니 좋다며 따라왔다.

그렇다, 조카는 신기한 눈으로 보면서 "아니 이건 닭이잖아" 하는데 "원래 통닭이 닭이잖아"라고 응수했더니 자기는 조각을 말하고 있었다.

난 그럼 "싫으면 먹지 말아"라고 했다. 하지만 먹성 좋은 조카는 이내 수긍을 하고 잘만 먹었다.

반전은 "그냥 이제 이걸로 먹어야겠어, 이게 양이 더 많아"라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난 웃음이 나와서 "그래"라고 말을 했고 조카는 다음에도 사달라고 했다.



자고로 음식에는 추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먹고 또 먹는다. 질리지 않는 통닭. 한때 엄마가 닭을 튀기셨다. 문제는 영계가 아니라는 거였다. 노계를 튀겨서 닭튀김이라고 하시며 밥과 같이 주셨는데 질기긴 해도 튀김이니 먹을만했다. 아니 맛이 있었다. 없어서 못 먹었지. 그렇게 먹은 닭은 추억이 되어서 겨울이 되면 엄마는 눈이 오면 닭을 튀겨서 귤과 함께 주셨다. 그럼 새콤 달콤한 귤과 닭을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추억하며 눈이 사르르 내리는 그날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살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회식을 할 때 치맥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윽 질린다" 했지만 또 먹고, 나 혼자 먹겠다고 주문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치킨이 한국인들에게 주는 위안이 있다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는 추억이라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내용이 다를 뿐일 것이다.


지인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했다. 한국인은 언제 치킨을 적게 먹을까? 그런 건 없다. 일 년 내내 치킨을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건 가혹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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