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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17. 2022

여름 바람이 지면 토마토 설탕절임으로 입맛이 간다.

내게는 이 무렵이면 꼭 먹는 토마토 설탕절임이 빠질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토마토는 엄연히 야채이다. 이걸 안건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과일인가 야채인가 친구와 논쟁을 하다가 분명 논쟁을 하다가 엄마가 사주신 백과사전을 보고서 우리는 야채라는 결론을 얻고 "야 봐, 맞지. 백과사전은 거짓말 못해!!" 라며 어깨를 으쓱했던 나의 모습이 있었다. 그때 이후부터 그 친구는 자꾸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내게 물었다.


그 친구는 엄마가 미장원을 하셨는데 늘 바빴다. 그래서 점심을 거르는 일이 많았는데 그걸 모르시지 않았던 엄마는 "배고프면 우리 몽접이와 같이 와라, 아줌마와 밥 먹자" 하시며 엄마는 자연스럽게 친구를 부르셨고 친구는 그렇게 언젠가부터 나와 같이 밥을 먹고 책을 보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는 그냥 구슬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이런 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우리 집 분위기가 밥을 먹으면 책을 보는 분위기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책을 같이 보게 되었고 자기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옮겼다.

그래서 그럴까? 그해 아름다운 독후감상문상을 그 친구와 나 같이 받았다. 


미용실을 운영하시는 친구 어머니는 감사하다시며 엄마의 머리를 반값에 해주셨지만 우리 엄마는 그냥 다 돈을 내셨다. 어려운 형편에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시며 더 돈을 못줘서 미안하다시며 머리를 말며 집으로 와서 무슨 파마 약 냄새를 내며 밥을 하셨고 빠글빠글 파마에 언제 풀릴까 싶은 파마를 하시고는 우리에게 "애들아 이거 먹자" 하시며 내놓으신 게 토마토 설탕절임이었다.


처음에는 "엄마 토마토는 야채야"라고 내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자 엄마는 "그래 그럼 먹지 말고 지연이랑 먹어야겠다" 그렇다. 친구 이름이 지연이었다.

지연이는 "잘 먹겠습니다, 하고 먹었고 뭐가 그리 맛있는지 잘도 먹었다. 난 "맛있어?" 지연이는 "엄청 맛있어, 그리고 달아" 

난 내심 '먹어볼까?'하고 고민을 하다가 그때 아빠가 오셨다.

"아빠"

아빠는 "딸 왔네"

난 "응"

난"아빠 , 엄마가 토마토 설탕 조림 했는데 맛있어?"

아빠는 "아빠도 먹어야겠다" 하시며 겉옷만 벗으시고 개다리소반에 자신의 수저를 올리시며 "여보 내 것도" 하시며 잘 드셨다. 그렇게 묘하게 분위기가 올라가자 난 "어.." 하면서 그 광경을 목격하는 목격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참을 수 없어서 "엄마 나도 먹을래" 하고 수저를 들어서 먹었는데 완전 신세계였다.

"안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엄마는 놀렸고 난 "아니 이게 이렇게 맛있단 말이야?"


엄마는 "난 맛없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먹는 줄 몰랐네" 하시며 연신 놀리셨고 난 그게 미워서 "엄마, 엄마는 딸이 먹는 게 그렇게 싫어?" 하면서 뾰로통하게 있었는데 엄마는 웃으시며 "거봐 , 없어서 못 먹는다" 하셨다. 신나게 놀고  온 여동생은 "엄마 , 내가 좋아하는 거네" 하면서 먹었고 그렇게 개다리소반에 올려진 토마토 설탕 조림은 금방 없어졌다.


그때 이후로 난 여름 냄새가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갈 즈음 내가 직접 사서 설탕에 훌훌 넣어서 먹는다.

달큼하고 아삭하고 맛있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야채를 먹으며 단꿈을 꾸며 '그래 이렇게 먹어야지, 이러려고 돈 번다' 하면서 중얼거리며 어렸을 때 먹었던 그 새콤달콤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성스럽게 녹아든 설탕의 무한 매력에 빠져 난 금방 먹는다.





다이어트해야지 , 하면서도 먹는 게 유일한 이 토마토 설탕 조림이다. 이번엔 처음 토마토는 그냥 먹고 두 번째 산 토마토는 바로 해서 먹었다.

난 엄마가 해 주신 음식에 추억이 많다. 누군가는 내 기억력이 좋아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 기억을 하는 건 추억도 추억이지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광경들 때문이다.

그래서 난 더 소중하다.


오늘도 냉장고에 들어 있는 토마토 설탕절임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인생은 달고 쓰고 시고 모든 맛이 들어있는데 이 토마토 설탕절임은 달다, 하지만 그 순간이다.

그래서 순간을 집중하게 한다. 인생도 그러지 않을까? 집중하게 하는 힘!!

그러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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