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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Sep 05. 2022

혀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잔치국수.

난 국수류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밥 대신 먹으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아서 라면도 반만 끓여 먹기에 그렇게 선호하지 않은 식품이다. 하지만 내게는 잊지 못할 잔치국수가 있다.


때는 3년 전 집에 들어가는 역에 서울시에서 가판에 내어 놓은 잔치 국숫집이 생겼다. 노후하신 어르신 두 분이 부부셨는데 국수 종류를 팔고 계셨다. 배도 고프고 집에 가서 밥을 해 먹자니 그날은 너무 싫어서 그냥 앉아서 먹고 가지 해서 들렸다. 가격을 보니 잔치국수는 3500원, 가격도 저렴하고 난 오케이를 하고 주위 사람들을 봤는데 다들 반응이 좋아 보였다. 난 내 몫을 잔치국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르신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여자 어르신이 음식을 하시면 남자 어르신은 기타 도움을 주시는 것 같았다.


내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어르신 "아니 아가씨는 어째 얼굴이 그리 작아요?"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거기에 앉은 7-8명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난 당황스러워서 "어.. 그냥 태어날 때"

라고 말을 흐렸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 "여기 처음이시죠?"

난 "네"

"여기 단골로 오시는 분들 많아요"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 난 시간이 빨리 가서 음식이 나오길 바랬다.


그리고 한 팀이 나가고 다른 분이 들어오셨다. "어서 오셔, 오늘 일은 다 끝나셨고?" 막 들어오신 어르신과는 앞면이 있으신 거 같았다. "아니 오늘은 꽝, 아이고 국수값만 벌었네"


음식을 하시는 어르신은 "오늘은 그냥 드시고 가시고, 대신에 곱빼기 드릴게"

들어오신 어르신은 "아니 자꾸 그러면 나 못 와, 그냥 받어요"

음식을 파는 어르신은 "뭘, 우리 사이에.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넉살 좋게 웃으시는 주인장 어르신의 눈가의 미소는 정말 환했다.

그리고 내 잔치국수가 나왔다. 간결했다.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였다.


난 야금야금 먹으며 배를 채워갔다.

그리고 다들 일어나며 자리를 비우는데 주인장 어르신의 말이 귀에 들렸다.

"서울시에서나 어디든 폐지값 안 올려주나? 어르신들 이렇게 힘든데.."

막 들어와서 드시는 어르신은 "그런 게 어딨어, 한 푼이라도 덜려고 그러지"


주인장 어르신은 "보자, 응 저번에 오셨던 어르신 돌아가셨어. 그래서 갔더니 자식이 있는데 안 오더라고, 참 사는 게 그렇게 쓸쓸해"

갑자기 무거워지는 분위기, 난 내 숟가락도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리를 일어나 계산을 하려는데 돈통에 적혀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의 음식값의 일부는 노후 계층의 어르신들에게 기부됩니다> 속으로 , 아... 했다.

그리고 난 얼른 나와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눈물에 국수를 잊고 그렇게 살다가 자주 보이던 그 국숫집이 사라졌다.

난 그 국숫집을 대신해 이제는 붕어빵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붕어빵을 사며 넌지시 여쭤봤다.

"아주머니 여기 국수 하시던 분 어디로 가셨어요?"

아주머니는 "응 그분 편찮으셔서 이제 국수 못하신다고 하셨는데 동을 옮기셨더라고"

난 "그러시구나, 어디서 하시는지 아세요?"

아주머니는 "확실한 건 아닌데 우리 마을버스 끝 정류장인 걸로 들었어요."

난 "고맙습니다"


그렇게 알아낸 국숫집을 가기 위해 난 팔자에 없는 마을버스를 타고 내렸다. 있어라 있어라, 하면서 간 그 자리에 반가운 국숫집이 있었다.

아직도 나를 기억하시는 주인장 아주머니는 "아니 아가씨 어쩐 일이야, 여기가 집이 아니잖아"

난 "아주머니 국수 먹고 싶어서요"

아주머니는 "뭐 특별한 거 있어, 국수지"

난 "저 잔치국수 주세요"

그렇게 호로록 먹고 다시 돈통을 봤다.

여전했다.


난 여쭤봤다.

"늘 이렇게 힘들게 파시면서 왜 기부를 하세요?"

아주머니는 망설이시다가 말씀을 해주셨다.

"아니 우리 집 양반이 크게 교통사고가 났었어요. 그때 참 막막했지. 그런데 내가 그때 사람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지 뭐야. 그래서 내가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했지. 그래서 작게. 아주 작게"

난 "대단하세요, 자주 놀러 올게요"

아주머니는 "그래요, 얼굴 봐요.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제자가 놀러를 왔다. 정말 오랜만에 놀러 온 제자, 난 제자에게 "제자 무엇이 먹고 싶은 게야?" 제자는 늘 내가 해 주는 음식을 노린다. "그야 선생님이 해주시는 밥?" 난 웃으며 "야 그거 말고"

제자는 "고기 먹을까요?" 난 갑자기 그 국수가 생각이 났다.

"제자 국수를 좋아하는가?"

제자는 "그럼요"

난 "그럼 내가 맛집을 인도하지"

제자는 "맛집요?"

난 "응"


제자는 "은근히 기대가 되네요?"

난"그런데 멀어"

제자는 "그냥 시켜먹으면.."

난 "넌 그리고 육식을 좀 줄여,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도 나오잖아"

제자는 "선생님은 책을 좀 줄이시죠.ㅋㅋㅋ"

서로 웃으며 그렇게 사이좋게 마을버스를 탔다.


도착한 그곳에는 이미 자리가 만석이었다.

우리는 자리를 어렵게 구하여 앉아서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나를 알아보신 아주머니는 "아니 아가씨 오랜만이에요"

난 "네 아주머니 잘 계셨죠?"

아주머니"네 그럼요, 날도 풀리고, 그런데 옆에는.."

제자는 "선.."

내 눈빛을 보고서는 "이모요"

아주머니는 "아 친척이시구나.."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렇게 기다리던 잔치국수는 어째 제자의 몫은 훨씬 컸다.

난 "저기 이쪽은 너무 많은데.."


아주머니는 "한참 젊은데 곱빼기, 우리 메뉴에는 없지만 곱빼기, 잘 드시죠?"

제자는 "네, 잘 먹겠습니다"

인사성이 바른 제자이다.


단숨에 후루룩하며 먹는 녀석도 고맙고 챙겨주신 주인장 어르신의 맘에도 감사드리며 나도 한 그릇을 했다.

그리고 자리에 일어서며 돈을 지불했다. 한 그릇에 3500원이지만 난 2만 원을 지불했다.

아주머니는 난감해하시며 "그러려고 내가 곱빼기를 한 게 아니야" 하셨지만

"좋은 일 많이 하시잖아요, 그리고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라도.."

난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제자는 "어르신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깍듯이 했다.

우리는 그렇게 허겁지겁 나오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제자는 나에게 "선생님 기부라서 더 가시는 거죠?"

난 "응, 그것도 그렇고 맛도 좋잖아"

제자는 "역시!! 그럼 다음에 애들 만나면 다 같이 가죠, 애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난 "그래?"

제자는 "청출어람 아니겠습니까?"

난 웃으며 "뜻은 알고?"

제자는 어이없다는 듯 "아니 제 나이가 이제는 20대 중후반입니다. 참.."

난 알겠다며 웃으며 "그래 그러자" 하고 지나간 우리 그때를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찾은 그 국숫집은 혀를 내주는 가게가 아닌 마음을 내어주는 국숫집이었다.

남들은 그렇게 해서 얼마나 번다고 기부를 하느냐고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르신은 그래서 그 돈 수거함에 기부라는 글자도 없애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어이 적은 것은 그러면 말없는 천사가 기부에 동참해주지 않을까 해서 부끄럽지만 적어 놓으셨다는데 잔치 국수 한 그릇 3500원이 그냥 한 그릇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난 국수를 먹는다면 집에서 버스 타고 30분 걸리는 그곳으로 간다.

돈통은 보이지 않는 박스로 되어있다.

어찌 보면 양심 박스로 되어있는지도 모르겠다.


팍팍한 요즘 같은 사회에 이런 국숫집이 있다는 게 난 정말 반가워서 일기로 기록해두었고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해두었다. 연말에는 잔치국수 회식이라고.


엄마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돕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잊으라고 그건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인데 그걸 자랑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네가 배운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그건 배운 거라 할 수 없다 하셨다. 늘 실천을 하라고 하셨다.


내 혀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잔치국수, 그래 기어이 찾아가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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