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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12. 2022

위안이 되어 주는 카레, 그 편안함

난 하루 한 끼 먹는 소식좌. 요즘 소식좌 열풍에 즐거워하는 한 사람. 그래서 동기들은 "이제 자기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네" 라며 웃으며 지나간다. 그렇다. 처음 여기 왔을 때 난 그냥 입이 짧은 사람이었다. 뭘 먹어도 물을 많이 마시고 먹어도 밥은 조금에 국 조금 반찬 많아봐야 두 젓가락질을 했으니 주변에서는 "그렇게 먹고도 배가 차는 게 신기하다" 했다. 


회식을 해도 물을 많이 먹고 먹어봐야 과일을 먹으니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다이어트가 문제가 아니라 난 알코올 분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라 마시면 거의 토하는 사람이라 남들에게 민패 그 자체였다. 그래서 미리 말을 했지만 알겠지만 술을 마시면 타인의 이야기는 거의 저 멀리 가버린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공감대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마시지 않는 것과 잘 먹지 않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그냥 웃는다. 이런 내가 가끔 뭔가를 먹고 있으면 "자기 그러지 말고 밥 먹어" 한다. 그럼 난 웃으며 "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결국 소식좌.


내가 소식좌가 된 건  내가 수없이 말했지만 내 지난날의 과오로 뚱뚱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서 대학교 1학년 1학기 독하게 살을 빼고 나서 가진 습관 중에 습관이다. 그래서 난 이제는 한 끼 먹는 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되려 두 끼를 먹으면 배가 불편해서 줄넘기라도 하고 자야 할 판이다. 그러니 평소 물을 많이 먹는 내가 배가 부른 것도 이상하지 않다.


내 자리에는 늘 물과 커피가 있다. 다 액체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먹는 게 귀찮아서 그냥 캡슐 하나로 대체제가 나오면 어떨까? 물론 대학 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최근 먹는 게 귀찮아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거식증에 대한 지표조사를 하는 게 있어서 했더니 이런 , 난 만약 거식증을 느끼고 있다면 초기란다. 하지만 난 음식을 먹고 토하거나 일부러 많이 먹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거나 하는 그런 증상은 없으니 아닌 것으로 패스, 결국은 아침은 통과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은 간단한 샐러드로 이러니 우리 할머니는 내가 간장종지로 먹는다고 늘 나에게 "그놈의 간장종지"라고 하신다.


최근 내가 한 끼를 먹는데 주말마다 가서 먹는 음식이 있다.

카레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주는 카레는 분명 한약 맛이 나는 카레였다. 그래서 "윽 엄마 못 먹겠어"라고 질색팔색 한 표정을 지었는데 지금은 카레를 정말 좋아해서 전통 카레집에 가서 찾아 먹을 정도이다. 내가 주말마다 가는 카레집은 일본식과 인도식을 섞어서 한국식으로 나온 변종 카레이다. 달큼하고 물기가 많은 카레이고 인기가 많아서 웨이팅이 있어서 오픈런으로 가야 한다. 집순이인 내가 갈 정도면 맛은 보장이다.


결국 난 토요일만큼은 그 오픈런으로 달려간다. 집에서 30분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걸어서 걸어서 가면 이미 앞에 사람들이 있다. 대충 짐작을 하고 들어가면 얼추 커트라인 난 그럼 기본인 카레를 시킨다.

묽게 나온 카레에 밥을 비벼 먹는데 난 밥은 거의 먹지 않고 카레만 먹는다.

익숙하고 안온함, 그리고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위로감. 일주일 열심히 살았으니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그래서 난 밥 대신 일부러 공짜로 주는 카레를 리필을 하고 천천히 먹으며 내가 왜 카레를 먹는가를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는 그냥 주니까 먹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일주일 동안 동분서주하면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살았다가 카레를 먹으면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도 풀고 긴장도 푼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타인의 시선에 눈이 간다. 사람 사는 게 다 다르지만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유를 누리는 그 안온함이란 인간이 누리는 사치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한다. 중독이 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중독이 된다고 하더라도 질리지 않으면 된다. 난 질리는 음식이 될 때까지는 먹지 않는다. 그런 신호가 오면 가지 않는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리스트가 빠지니까. 


별것 아닌 일에 화가 났었고 별 것 아닌 일에 웃었던 평일을 기억하며 먹는 카레집에서의 단상은 나를 안온하게 한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거리의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만이 가지는 조용한 백색 소음에서 숟가락을 들어 난 다짐을 한다.

'그래 아는 맛이 무섭지만 이것보다 편한 것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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